[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10년 전 독일의 한 시골 마을. 이용객이 거의 없던 마을버스를 ‘부르면 오는 버스’로 전환하는 국영기업의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손님이 없어도 고정 노선을 유지해야 했던 기존 버스 체계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냈고, 이후 독립 법인으로 분사됐다. 회사는 분사 이후에도 수년간 현장 실증을 이어가며 운영 모델을 다듬었고, 운영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가 입증되면서 서비스 적용 지역이 인접 국가로 확장됐다. 독일 국영기업의 시범 프로젝트로 출발해 최근 글로벌 자동차 부품 대기업에 인수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아이오키’의 이야기다.
 | | (사진=아이오키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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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기반의 자동차 부품 대기업 벤틀러그룹은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치반으로부터 아이오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를 비롯한 세부 정보는 비공개다.
이번 인수로 벤틀러는 자회사를 묶어 유럽 최초로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한 번에 제공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자율주행 셔틀 차량은 자율주행 차량 제조사 ‘홀론’이 만들고, 아이오키는 버스를 언제 혹은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식이다. 실제 차량 운영과 유지·보수 등은 모빌리티 서비스형(MaaS) 플랫폼을 제공하는 벤틀러모빌리티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설립된 아이오키는 독일 국영철도 내부에서 추진된 지역 교통 시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해당 프로젝트 팀은 승객이 거의 없는 시간에도 정해진 노선을 운행해야 했던 기존 버스 체계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앱으로 호출하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수요응답형 버스 서비스를 실험했다. 이 모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교통 적자가 누적된 소도시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이오키는 이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DACH)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현재까지 약 200개의 교통 서비스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공급했고, 누적 이용객은 1000만명에 육박한다.
자본시장에선 시범서비스로 출발한 아이오키가 현장 실증을 거쳐 사업 모델을 다져온 끝에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공 교통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온 사업 방향이 벤틀러의 자율주행 전략과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벤틀러그룹은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과 운영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를 추진했다. 회사 측은 “이러한 통합 모델은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방식”이라며 “금속 가공 중심의 기존 사업을 넘어, 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전략적 진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