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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돈 들어온 날이 가장 위험하다

유치한 투자금, 보상 아닌 부채
매출과 순이익 키워 숫자로 증명해야

등록 2026-06-22 오후 4:09:16

수정 2026-06-22 오후 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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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 06월 22일 16시 0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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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투자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투자계약서에 서명하고 투자금이 들어오는 날, 스타트업 사무실 공기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대표는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투자자는 “대표님만 믿습니다. 함께 크게 키워봅시다”라며 화답한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완벽한 한 팀처럼 보인다.

그런데 회계법인, 투자사, 스타트업까지 여러 자리에서 수많은 과정을 지켜본 경험으로 보면, 스타트업이 가장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은 돈이 없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돈이 막 들어온 직후다.

특히 엔젤이나 시리즈A 단계의 투자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제는 매출 볼륨과 거래를 키우는 동시에 숫자상 순이익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계약상 회사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도 함께 늘어난다. 유치한 자금을 어떻게 쓰느냐, 그리고 서명한 계약의 무게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가 이 시기에 한꺼번에 시험대에 오른다.

돈이 들어오면 사람은 쉽게 안심하기 마련이다. 채용의 속도가 빨라지고, 사무실이 넓어지고, 복지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하나씩 늘어난다. 당장 눈앞의 결정 하나하나는 모두 합리적으로 보이고, 회사가 좋아지는 것 같아 즐겁다. 문제는 이 시기에 많은 회사가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올리는 지출’과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지출’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표일수록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싫은 소리를 꺼내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돈은 써야 회사가 큰다. 과감한 지출이 있어야 회사는 스케일업도 하고, 사업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극적인 전환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비용을 늘릴 때 리더로서 꼭 냉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그 비용이 고정비 성격이고, 회사의 ‘런웨이’(자금이 버티는 기간)와 관련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매출이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변동비와 달리, 사무실 임차료나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한번 늘려놓으면 훗날 매출이 꺾여도 매달 그대로 빠져나간다. 그중 가장 무거운 고정비는 결국 사람인 만큼, 고용도 ‘있으면 좋은 사람’보다 ‘다음 단계를 여는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투자금은 당장 생존을 위한 달콤한 산소처럼 보이지만, 무분별하게 굳어지는 순간 회사를 무겁게 짓누르는 잔인한 중력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돈은 마냥 내 자본이 아니다. 기관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보통 3년쯤) 이후부터는 일정 조건하에 상환 청구를 할 수 있어, 심지어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통장에 찍힌 숫자가 주는 환상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야 할 사람은 결국 대표다. 투자유치는 지금까지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앞으로 증명해내야 할 성장에 대한 ‘부채’이기 때문이다. 환호의 잔치는 끝났다. 이제 진짜 숫자의 증명이 시작될 때다.

권소현 기자

jud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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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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