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발맞춰 석탄발전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추진하는 국민연금은 제한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잡아야 할까, 이상적으로 잡아야 할까. 투자제한이 본격화되며 불가피하게 피해를 볼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과 딜로이트안진이 주최한 석탄채굴·발전산업 투자제한전략 마련 관련 공청회에서 제기된 질문이다.
 | | 국민연금 석탄발전산업 투자제한전략 도입 관련 공청회(사진=딜로이트안진 웨비나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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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국민연금이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해 투자제한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화두는 ‘국민연금이 어디까지를 석탄발전 기업으로 볼 것인가’가 됐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투자제한 대상 포함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구체적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왔다.
이날 공청회에 따르면 투자제한 대상 기업은 기업의 전체 매출 가운데 석탄발전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용역을 담당한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는 “매출 비중, 생산량 비중, 설비용량 비중 등 다양한 선택이 있는데 해외 주요 연기금 등 벤치마크 기관은 매출 비중을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설비 비중을 보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 중 하나는 매출 비중을 어떻게 잡느냐다. 딜로이트안진은 매출 비중 옵션으로 크게 30%와 50%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30%가 비교적 강한, 이상적인 기준이라면 50%는 기업 반발이 낮아 현실성이 높지만 국민연금이 ‘몸을 사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 패널들은 기준을 설정하더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 추천으로 참석한 황영민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논의를 거쳐 최소한의 기준으로 설정되더라도 단계적으로 변화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보다 높은 기준을 목표치로 둘 것”을 제안했다. 경총 추천 패널 박재흠 EY한영회계법인 ESG임팩트허브 총괄리더는 “산업계의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제도가 병행되면 투자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민연금보다 앞서 구체적인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예외 사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석탄발전의 매출 비중이 높더라도 친환경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탄소 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은 조건부로 투자를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친환경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그린 워싱(Green Washing)’을 막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타격을 입게 될 지역과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내 석탄발전 산업의 특성상 국민연금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줄여나갈 경우 특정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노동자들이 실직하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추천 전문가 오희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계층과 지역이 존재한다”며 “탈석탄 정책이 역진성을 가지지 않도록 공정한 전환이라는 메커니즘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딜로이트안진은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빠르면 다음 달 말까지 연구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끝나고 나면 구체적인 기준을 확립하고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투자제한 정책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