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예정에 없었던 긴급 회의를 소집한 만큼 반전의 결과를 내놓을 것만 같았다. 회의 장소마저 막판에 바꿔가면서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하지만 내놓은 결과는 별것 없었다. 지난 29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떨었던 요란이다.
요는 2차 회의를 열었으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대한 비난만 거세졌고 전문위원회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우선 이번 논란은 기금운용위원회 이찬진 위원(참여연대 추천)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을 제안한 데에서 비롯됐다. 다음 달 1일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주주활동 기준, 범위, 절차 등에 관한 전문적인 판단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이에 지난 23일 서울 모처에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기금위원들이 원했던 전문적인 판단은커녕 경영 참여형 주주권 행사 다수 반대로 자신들을 추천했던 기관의 주장만 피력하는 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언급했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이를 놓고 한 기금위원은 맹비난했다. 한 위원은 “언제 자기네들한테 찬반이나 내놓으라고 했냐”면서 “기금위원들이 결정하기에 앞서 전문적인 분석을 내놓으라는 뜻이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반대 이유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단기매매차익 반환에 대한 점검 요인들은 하나도 따지지 않았다”며 “전문가 그룹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현재 10%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단순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 매매 후 6개월 이내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한 산식에 맞춰 해당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전문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반환해야 할 차익이 최대 489억원에 달한다.
결국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대통령 발언과 여론 등을 고려했는지 6일 만에 회의를 재차 열었다. 하지만 4시간에 달하는 회의 시간 동안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는 논의하지 못한 채 단기 매매차익 반환 설명만 진행했다고 해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은 “위원들끼리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기로 하고 회의를 진행했다”며 “주로 단기매매차익 추정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위원들이 있었다”며 “자본시장법에 다 나와 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복지부에 단기매매차익 제도를 설명해달라고 떼를 쓰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금위원들이 원했던 전문적인 분석 없이 다시 기금운용위원회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결정권이 넘어가면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졸속 심사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물론 복지부가 위원들에게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회의자료를 회의 전날에 배포했고 회의 개최 통보도 전날에 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보여준 행태로 인해 국민연금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