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착한투자' 가능할까?…日·英도 부작용 겪은 사회복지 시장화
- [마켓인]
- 노인·장애인 돌봄 서비스 시장화 시동 거는 정부
- 사회복지에 민간자본 유치 펀드 조성 中
- 시장서는 회의적 시선 “수익 못 내고 부작용만 클 듯”
- 등록 2023-08-23 오후 7:14:31
- 수정 2023-08-25 오전 7:21:19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9시 1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가입하기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정부에서 노인과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을 투자 대상화해 민간자본을 유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사회서비스 관련 기업에 민간 자본을 유입시킬 펀드가 곧 조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복지성격이 강한 사회서비스 분야는 민간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울 뿐더러 부작용만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과 이윤창출 사이”…자본시장에서 ‘마냥 착한투자’ 과연 가능할까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 출자를 기반으로 한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 조성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으로 100억을 출자하고 운용사(GP)가 4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 총 140억 이상의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이아벤처파트너스가 GP로 선정돼 민간 자금 모집을 진행하고있다.
정부가 정한 펀드의 핵심 투자대상은 노인·장애인 등 돌봄 관련된 기업이다. 관련 기업에 펀드 조성금액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요건을 내걸었다. 정부와 민간 공동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사회복지 영역에 민간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매개체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돌봄 서비스 민영화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민영화 정책과 맞물려 시장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보조 수단인 셈이다.
그동안 사회서비스분야는 시장에서 관심이 높지 않은 영역이었다.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등 복지 영역은 인권에 기반해 공적인 성격의 재정 투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기업 투자에 있어 ‘이윤 창출’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게 당연한 투자시장 논리와 필연적으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영역 민영화 추진 기조를 감안하면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시도 이후 규모·영역을 더 확대해 민간 자본 유입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사회복지를 자본시장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투자사들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한 VC 관계자는 “사회서비스 영역은 투자해서 수익을 끌어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GP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강하다”며 “민간 자금 끌어오고 펀드를 만들었는데, 펀드에서 수익이 안 나면 그 GP의 책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자금을 끌어와 투자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는 건데 사회서비스 영역은 후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민간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더 큰 펀드 조성에 나선다고 해도 그건 정부의 목표일 뿐이지 그다지 참여할 의사는 없다. 국내 대부분의 PE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돈을 벌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PE의) 일인데, 제약 조건은 많고 수익이 안 날 것이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책임만 많이 지고 비난은 비난 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화의 이면…“이윤 내려고 조작하고 갑자기 폐업”
사회복지 분야를 민간 자금에 기대려는 정책 방향은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자금 투입 시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영역으로 무리하게 정책 펀드를 확대하는 것도 부적절하단 지적이다.
실제 사회서비스 영역이 시장으로 나와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운영됐다가 부작용이 났던 사례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법조사처에 의뢰한 ‘돌봄서비스의 시장화 성패 해외사례’ 조사보고서에는 투자시장에 넘겨진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담겼다.
사회서비스 영역을 시장에 개방하자 수익을 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무리한 시도를 하거나, 사모펀드가 운영을 맡아 민영화한 사회복지시설이 기준에 맞게 관리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사례 등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지난 2000년대부터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기관을 비영리 조직이나 민간사업자 등에 넘기면서 ‘굿윌그룹(GWG)’이 100% 지분을 보유한 ‘콤슨’이라는 돌봄 서비스업체가 설립됐다. 문제는 민영화 이후 돌봄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윤 창출이 힘들어지자 콤슨에서 수익경영을 위해 부정한 수단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콤슨 측은 급여 비용을 허위로 조작해 과다청구하거나, 산하에 개별 사업소별로 서비스 이용자를 무리하게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또 지난 1990년도부터 사회복지 시장화 정책을 시도한 영국에서도 공급 주체를 민간 영리기관 중심으로 바꾼 이후 시장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했다. 민간 복지 서비스 제공자들이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적으로 고르거나, 허위·부정수급·서비스 질 악화가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모펀드가 세운 영국 최대 규모 요양시설업체가 파산해 대혼란이 빚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영국 서든 크로스 헬스케어(Southern Cross Healthcare)가 파산해 노인요양원을 폐쇄하면서 입소 노인들이 대체 시설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폐쇄로 이어진 배경에는 해당 요양시설이 최소한의 기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진행된 조사에서 요양기관 내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부실한 돌봄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대상자가 잇따라 발생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직원 및 의약품 관리·통증·영양 관리 부실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 출자를 기반으로 한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 조성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으로 100억을 출자하고 운용사(GP)가 4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 총 140억 이상의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이아벤처파트너스가 GP로 선정돼 민간 자금 모집을 진행하고있다.
정부가 정한 펀드의 핵심 투자대상은 노인·장애인 등 돌봄 관련된 기업이다. 관련 기업에 펀드 조성금액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요건을 내걸었다. 정부와 민간 공동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사회복지 영역에 민간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매개체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돌봄 서비스 민영화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민영화 정책과 맞물려 시장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보조 수단인 셈이다.
그동안 사회서비스분야는 시장에서 관심이 높지 않은 영역이었다.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등 복지 영역은 인권에 기반해 공적인 성격의 재정 투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기업 투자에 있어 ‘이윤 창출’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게 당연한 투자시장 논리와 필연적으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영역 민영화 추진 기조를 감안하면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시도 이후 규모·영역을 더 확대해 민간 자본 유입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사회복지를 자본시장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회의적인 투자사들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한 VC 관계자는 “사회서비스 영역은 투자해서 수익을 끌어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GP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강하다”며 “민간 자금 끌어오고 펀드를 만들었는데, 펀드에서 수익이 안 나면 그 GP의 책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자금을 끌어와 투자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는 건데 사회서비스 영역은 후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민간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더 큰 펀드 조성에 나선다고 해도 그건 정부의 목표일 뿐이지 그다지 참여할 의사는 없다. 국내 대부분의 PE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돈을 벌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PE의) 일인데, 제약 조건은 많고 수익이 안 날 것이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책임만 많이 지고 비난은 비난 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화의 이면…“이윤 내려고 조작하고 갑자기 폐업”
사회복지 분야를 민간 자금에 기대려는 정책 방향은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자금 투입 시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영역으로 무리하게 정책 펀드를 확대하는 것도 부적절하단 지적이다.
실제 사회서비스 영역이 시장으로 나와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운영됐다가 부작용이 났던 사례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법조사처에 의뢰한 ‘돌봄서비스의 시장화 성패 해외사례’ 조사보고서에는 투자시장에 넘겨진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담겼다.
사회서비스 영역을 시장에 개방하자 수익을 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무리한 시도를 하거나, 사모펀드가 운영을 맡아 민영화한 사회복지시설이 기준에 맞게 관리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사례 등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지난 2000년대부터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기관을 비영리 조직이나 민간사업자 등에 넘기면서 ‘굿윌그룹(GWG)’이 100% 지분을 보유한 ‘콤슨’이라는 돌봄 서비스업체가 설립됐다. 문제는 민영화 이후 돌봄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윤 창출이 힘들어지자 콤슨에서 수익경영을 위해 부정한 수단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콤슨 측은 급여 비용을 허위로 조작해 과다청구하거나, 산하에 개별 사업소별로 서비스 이용자를 무리하게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또 지난 1990년도부터 사회복지 시장화 정책을 시도한 영국에서도 공급 주체를 민간 영리기관 중심으로 바꾼 이후 시장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했다. 민간 복지 서비스 제공자들이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적으로 고르거나, 허위·부정수급·서비스 질 악화가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영의 기자
yu02@
저작권자 ⓒ 이데일리-당사의 기사를 동의 없이 링크, 게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