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주주대표소송 관련 논의를 두 달 만에 열었지만, 여전히 재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법무법인들이 국민연금 대표소송 일원화 방안의 적법성을 두고 국민연금 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재계는 이와 반대되는 법률적 의견을 검토해 추후 논의를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 |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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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인 대표소송 개시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임하고, 비경영 참여 주주제안 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긴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논의하는 소위원회가 25일 열렸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연금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위에서 세 차례나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일부 기금위원이 포함된 소위원회에서 먼저 합의점을 도출하고 다음 기금위에 중간보고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소송은 투자한 회사의 이사 등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는데도 회사가 이사의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면 주주(상장사는 회사 전체 주식의 0.01% 이상, 일반 법인은 1% 이상)가 회사를 대신해 해당 임원에게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재계에서는 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가 갖게 될 경우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번 소위원회는 위원장이었던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대신해 박재찬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이 대신 사회를 맡았다. 기금위 구성 원칙을 준용해 구성된 소위원회 위원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경영계 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노동계 위원) △이한나 변호사와 김태민 변호사(지역가입자 위원) 등이다. 대표소송 관련 논의는 지난 6월 일부 위원들이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수탁위의 책임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요청하면서 잠시 중단된 바 있다. 이후 국민연금 대표소송 지침 개정안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한 법률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법무법인 원, 정부법무공단 등 3곳은 모두 ‘적법하다’는 의견을 최근 보건복지부에 회신했다.
국민연금 측 손을 들어준 법률자문 결과가 나왔지만, 경영계에서는 법무법인 선정 기준 등 자문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여전히 비판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날 소위원회에 참석한 한 재계 관계자는 “로펌들이 기존에 이행하던 지침이니까 문제없다는 식의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로 ‘적법’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국민연금법상 수탁위는 검토·심의 기구인데 상위법에 역행해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위에 부여한다고 하니 법리적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 위원인 류 전무도 “법률 자문 결과와 반대되는 법률적 의견에 대해 검토한 뒤 추후 논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근 나온 법률 자문 결과를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전달했지만, 경영계에서는 이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반대 의견을 듣고자 기금위가 열리기 전 소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표소송 관련 안건은 소위원회와 수탁위 논의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 열리게 될 기금위에 중간보고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금위 위원장을 맡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이고 국민연금 이사장도 현재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은 대표소송 지침 개정안이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