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코로나19 이후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물류센터 시장이 ‘최악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으로 매년 일정 면적의 물류센터가 필요한데, 수년간 물류센터 착공이 급감한 탓에 올해쯤이면 물류센터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내년에는 공급부족 상태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반적 경기 위축으로 제조, 유통 등 대기업의 투자가 소극적이어서 물류센터 임차수요 회복도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온 물류센터는 상온 물류센터보다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서 수급 균형이 발생하는 시점도 더 늦어질 전망이다.
수도권 상·저온 물류, 작년 공실률 정점 후 ‘하락세’11일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복합포함) 공실률은 작년 말 16%로 집계돼, 작년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물류센터 유형별 공실률 추이 (자료=삼성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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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물류센터 공실률도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작년 1분기 41%로 정점을 기록한 후 작년 말 39%로 떨어졌다. 품질 유지가 중요한 식자재 유통기업 중심으로 저온 물류센터 임차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주요 9개 식자재 기업 매출은 지난 2021~2024년 기준 연평균 성장률(CAGR) 11%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군 급식식당이 민간에 개방되는 등 단체 급식시장이 성장한 결과다.
물류센터의 공급과잉도 해소되고 있다. 국내 최대 상업용부동산 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물류센터 신규 공급면적은 약 9만평으로, 전 분기 대비 약 83% 감소했다.
이 중 수도권에 약 4만5000평, 경북권에 약 3만평 규모의 신규 공급면적이 집중돼서 전체 신규 공급의 약 84%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수도권 물류센터 신규 공급면적(약 4만5000평)은 전 분기 약 36만평 대비 87% 감소한 수치다.
전국에는 올해 2분기 약 44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대부분 사업장에서 준공이 늦어져 종전 올해 1분기에 예정됐던 신규 공급이 일부 이연된 규모다.
 | 전국 물류센터 공급면적 추이(연면적 기준) (자료=젠스타메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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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예정된 신규 공급 면적은 약 85만평으로 작년 신규 공급된 190만평에서 약 55% 감소한 수치다.
올해 수도권 신규 공급면적은 작년 대비 약 51%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4만5000평에 이어 2분기 약 30만평, 3분기 약 7만평, 4분기 약 22만평 공급이 예정돼 있다.
다만 향후 물류센터 신규 공급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신축 인허가가 3건, 실체 착공 건이 3건에 그쳐서다.
평균적으로 인허가 받은 사업장은 착공하기까지 6~8개월 걸린다. 지난 2017년부터 작년 9월까지 수도권 1만6500㎡ 이상 물류센터 개발사업장은 지난 2020년까지는 인허가가 끝난 후 대부분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2023년부터 이어진 공사비 증가,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 경색으로 물류센터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착공 시기도 계속 늦춰지는 분위기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자료를 보면 인허가 받은 수도권 물류센터의 미착공률은 2021년 17%에서 2022년 73%로 뛰었고, 2023년에는 100%를 기록했다.
2023년에 착공 신고한 수도권 물류센터가 총 16곳인데 실제로는 한 곳도 착공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전국 물류센터 개발 사업자들이 착공에 나서지 못하면서 물류센터 임대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가 서서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물류센터 수급 불균형 완화…내년 공급 부족”물류센터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오프라인 시장이 재개됐지만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 소액상품 배송 증가로 물품 입고부터 보관, 출고, 배송을 담당할 물류센터가 계속 필요해서다.
엔데믹 이후에도 택배 물동량은 여전히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지난 2015년부터 연간 10% 이상 성장했다.
 | 국내시장 택배물동량 추이 (자료=한국통합물류협회(연간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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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온라인 소비)가 급증했던 2020년에는 전년대비 국내 택배 물동량이 20.93% 증가했다. 지난 2023년에는 22.45%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쇼핑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배송 서비스(퀵커머스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점유율 1위 업체는 쿠팡(지난 2022년 기준 24.5%)이며, 2위는 네이버쇼핑(23.3%)이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외에도 자체 물류센터 개발 및 마스터리스로 물류센터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마스터리스란 특정 임차인 혹은 개발 업체가 건물 전체를 장기로 임차한 후 이를 재임대해 관리하는 사업 방식을 뜻한다.
쿠팡은 내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계획에 따라 올해 초까지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FC)를 비롯한 물류 시설을 건립, 운영할 예정이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자가 상품을 온라인에 판매한 후부터 고객이 상품을 받는 순간까지의 물류 과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즉 상품 준비, 포장, 배송, 교환·환불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전문적인 물류 업체가 대신 처리해주는 것을 뜻한다.
 | 쿠팡 제천첨단물류센터 조감도 (자료=쿠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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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제천3산업단지 10만㎡ 부지에 1160억원을 들여 충청지역 물류를 담당할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8만6891㎡ 규모의 물류센터는 자체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품관리와 작업자 동선 최적화 시스템, 친환경 포장 설비 등이 갖춰질 계획이다.
쿠팡 제천물류센터는 강원·경북·충북지역 물류와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한다. 쿠팡은 500명의 신규 고용인원이 발생할 것으로 발표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최고기업인 쿠팡 유치를 통해 다른 산업 유치 원동력을 확보하는 등 지역경제 연계 효과도 예상했다.
네이버는 물류 솔루션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오전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도착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네이버쇼핑은 이미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 물류업체(CJ대한통운, 파스토, 아워박스 등)와 연합해서 ‘도착 보장’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착 보장 서비스는 네이버 협력 물류업체들이 오픈마켓 판매자들 제품을 미리 보관했다가 소비자가 원하는 배송 예정일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CJ대한통운도 쿠팡의 물류 전문 자회사 CLS에 맞서 물류 인프라 및 배송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00여개 고객사를 통해 축적된 풀필먼트 운영노하우에 더해 각 업종특성에 최적화된 520여개 국내·외 거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노종수 메이트플러스 물류사업본부 본부장은 “매년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매년 264만㎡ 규모의 물류센터 임차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며 “반면 물류창고 공사에는 2년이 걸리는데, 2023년 1월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가 되면 물류센터 공급이 거의 없다는 뜻”이라며 “이처럼 물류센터 신규 공급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물류센터 임대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서서히 완화되고, 내년에는 공급부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경기부진 영향으로 물류센터 임차 수요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 시장 상황에 중요한 변수”라며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이 크고, 계엄 등 영향과 기업들의 미래 불확실성으로 내수 부진(국내 소비·투자시장 활력 저하)에 빠진 게 물류센터 수요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온 물류센터의 경우 상온 물류센터보다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서 수급 균형이 발생하는 시점도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저온 물류센터는 △상온 물류센터로 전환과 △기타 용도 변경 등을 통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시점이 오는 2027년, 2030년 등 다양하게 나오며 각 권역별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