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22조원에 달하는 연기금 투자풀의 주간운용사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다시 선정됐다.
연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걷는 자금이다. 국가재정법 제5조에 따른 국내 연기금은 총 65개다. 일반에게 잘 알려진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제외한 대부분 1조원 미만의 소규모 기금들이다. 국민들이 내는 담배부담금을 모아 만든 국민건강진흥기금, 방사능 폐기물 처리시에 들어가는 비용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방사능폐기물기금 등 생소한 기금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이 연기금들이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쌈짓돈이란 점이다. 우리가 알리도 못하는 사이에 나가는 돈들이다. 공적연금은 근로소득자 월급에서 원천징수되고 담배부담금은 서민들의 담뱃값에 포함된다. 이밖에 각종 연기금들은 국가 재정으로 충당된다. 이들 연기금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소규모 연기금들이 스스로 전문 인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6년 전에 설립된 것이 바로 연기금 투자풀이다. 기획재정부가 주도적으로 전문 운영 조직을 만들고 자율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맡기도록 했다. 국가재정법 62조에 보면 기금 운용과 관리는 기금이 한다고 돼 있다. 결국 자금 운용의 최종 책임은 기금에게 있지만 자유의사에 따라 전문기관에 맡길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연기금 투자풀의 운용사 선정을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6년간 4차례나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로 재선정됐다. 연기금풀 선정 기준은 정성평가가 70%이고 정량평가는 30%에 불과하다. 정성평가 위원들은 대부분 경영학과 교수진들로 구성된다. 이번 한투운용 재선정에서도 정성평가 점수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기금 운용 경험 등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신규 진입은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앞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는 외부 위탁운용관리(OCIO)시장도 최대 10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주간사 선정기준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증권사들이 제살깎이식 출혈 경쟁을 하지 않으로 객관적이고도 투명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