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그룹 곳간에는 현금이 넘쳐난다.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자산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 숨은 그늘도 엿보인다.
아쉬울 게 없다경기·인천지역 도시가스사업의 독점적 시장지위는
삼천리(004690)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지난해 매출(개별 기준) 2조 9418억원에 영업이익 53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각각 1조 8604억원, 700억원을 나타냈다. 매년 900억원(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 정도의 현금을 창출해내고 있다. 가스배관망 확충을 위해 연간 600억~800억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300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유지할만큼 재무 곳간은 넉넉하다.
순차입금도 마이너스 1000억원(6월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을 넘어서는 ‘무차입 상태’다. 부채비율도 78% 수준으로 자본이 부채보다 더 많고, 차입금 의존도는 13.7%로 자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 지표상으로는 웬만한 우량기업도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삼탄의 곳간은 더욱 풍요롭다. 지난해 1조 395억원 매출에 5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차입금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현금성자산은 삼천리의 두 배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6337억원의 순차입금을 기록했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9.77%, 0.65%에 불과했다.
우려의 시선최근 삼천리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늘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천리는 2014년까지 안산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최대 9000억원이 필요하다. 한국남동발전과 포스코건설이 함께 30%를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실제 삼천리가 부담할 금액은 1300억~1400억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삼천리의 장기 기업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무디스도 지난달 A2에서 A3로 강등했다. 외부 차입에 따른 투자로 인해 삼천리의 재무상황이 향후 1∼2년간 큰 압박을 받을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 대규모 건설사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불확실성도 경고했다.
마이크 강(Mic Kang)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안산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 사업의 최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 투자금액 9000억원 중 70%를 PF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신평사들이 최고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하며 삼천리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이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시각이다.
56년 흑자의 흠집삼천리는 창업이래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56년 흑자 경영은 삼천리의 자부심이다. 다른 계열사들로 눈을 돌려보면 양상은 다소 달라진다.
수원호매실지구와 화성향남지구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을 벌이고 있는 휴세스. 삼천리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각각 51%, 49%를 출자해 지난 2006년 9월 설립된 업체다. 휴세스는 2009년 이후 35억원, 24억원, 33억원 등 3년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로인해 15.8% 자본잠식 상태다. 재무건전성도 나빠져 부채비율은 2010년말 94.8%에서 지난해 말 213.4%로 급증했다.
도시가스 배관시설 공사 및 CNG충전소 직영사업을 벌이는 삼천리ENG는 에스엘앤씨(SL&C)의 흡수합병을 진행중이다. SL&C는 지난 2008년 10월 외식업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설립한 회사다. 이태원과 방배, 청계천 3곳에서 퓨전 태국 레스토랑 ‘차이797’을 운영하고 있다. 삼천리ENG는 지난 7월 30억원 등 SL&C 설립 이후 총 210억원을 출자하며 SL&C를 지원해 왔다.
SL&C의 영업실적은 신통치 않다. 사업을 본격 개시한 2010년 1억6500만원, 지난해에는 4억5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삼천리ENG와 SL&C가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더 큰 조직의 인력을 활용해 영업하는게 더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질적인 사업 진출 4년만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삼탄 계열 동해임산은 골프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강릉CC의 사업자인 동해임산은 2007년 4월 설립 이후 아직 골프장을 완공하지 못한 상태로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2011년말 미처리결손금이 78억원에 이른다.
삼천리주택, 삼천리창업투자, 삼천리레포츠 등은 1970~1990년대 삼천리그룹이 확장 과정에서 세웠던 기업들이다. 종합에너지그룹을 꿈꾸는 지금의 삼천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계열사들은 지금 사라진지 오래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임명규·민재용·하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