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은 산업의 허리다. 산업 생태계 유지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데일리의 기획 ‘중견기업 issue+’는 중견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업환경, 지배환경 및 후계구도, 재무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의 나아갈 길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중견기업의 정보를 원하는 시장과 소통의 채널이 되고자 한다. 중견기업이 내일의 100년을 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올 3월 한 중견기업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까지 연대해 경영권을 위협했다. 소액주주들은 대표이사 해임, 이사 선임, 유상감자, 액면분할 등 총 9건의 주주제안을 발의, 경영진을 압박했다.
우리나라 대표 에너지그룹
삼천리(004690)에서 일어난 일이다. 소액주주들의 공세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연탄사업에서 출발,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고속 성장을 해 온 삼천리로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흑자 경영’의 대명사 삼천리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는 그만큼 높아졌다.
삼천리의 역사는 지난 1955년 10월 함경남도 출신의 고(故) 이장균·유성연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한 ‘삼천리연탄기업사’에서 시작됐다. 이어 1962년에는 삼척탄좌개발(현 삼탄)을 세워 석탄채굴사업도 함께 했다. 1980년대 들어 지금의 삼천리-삼탄을 ‘투톱’으로 하는 그룹의 틀이 잡혔다. 삼천리는 1982년 5월 경인도시가스를 인수, 도시가스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삼천리는 현재 경기·인천지역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6월말 현재 총 33개의 사업자 중 16.3%(도시가스 공급량 기준, 5월 누계)를 점유하고 있다.
삼탄 또한 1982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키데코(PT. KIDECO JAYA AGUNG)를 세워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면서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키데코는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유연탄 파시르탄광 개발에 성공, 1993년 상업생산을 시작으로 단일탄광으로는 세계 5위권 탄광을 보유한 자원개발 업체로 성장했다.
삼천리는 최근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석유·가스 개발 중심의 자원개발, 집단에너지,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복합화력발전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더 나아가 물사업, 외식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삼천리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5조6000억원대. 계열사 또한 2005년 이후 급속하게 늘어 총 37개사(국내 15개사, 해외 22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시장의 감시 또한 날카로워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는 민간발전사업에 뛰어든 삼천리의 신용등급을 최근 잇따라 강등했다. 삼천리가 걸어온 길에서 벗어난 외식업 진출 등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들의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이만득(56) 회장과 유상덕(53) 회장이 경영을 맡은지도 20년이 흘렀다. 양가(兩家)가 언제까지 끈끈한 동업정신을 유지하며 한 울타리 안에서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이 회장이 조카인 이은백 전무에게 경영권을 이양할지 주목받고 있다. 종합에너지그룹을 꿈꾸는 삼천리는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임명규·민재용·하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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