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3년만에 말 바꾼` 규개위, 분식회계 임원 취업제한 막았다
2013년 규개위 통과해 국회 제출된 안건, 올 3월엔 철회권고 내려
"직업선택 자유 침해" vs "금융사 임원 취업제한과 형평성 안맞아"
금융위 "당장 재심사 요청 안한다…필요성 면밀 검토"
등록 2016-06-15 오후 12:15:00
수정 2016-06-15 오후 12:15: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분식회계를 주도한 임원이 다른 상장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법이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특히 규개위는 불과 3년전 이 법안을 아무런 문제 제기없이 통과시켜놓고도 올들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15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규개위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2년 10월 입법 예고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심사한 2013년 초에는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식회계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면직·해임 권고를 받은 임원은 2년간 상장사 임원으로 취업하거나 취임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 외감법 개정안은 당시 규개위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기업 임원이 분식회계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면직·해임권고까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리는 권고 사항일 뿐 실질적인 강제성은 없어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른 형사 처벌이 아닌 증선위의 행정 처벌로는 기업 임원의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규개위는 이 외감법 개정안 중 임원 상장기업 취업 금지 조항에 대해 올 3월 본위원회를 열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철회토록 권고했다. 과거와는 규개위원 구성이 달라졌고 규제를 철회해 달라는 기업측 요구가 올들어 접수됐기 때문에 관련 안건을 다시 심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개위가 철회권고를 내리면 해당 부처는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재심사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금융위는 부실 감사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 대표에 대한 징계 안건만 재심사를 요청하고 기업 임원에 대한 취업·취임 제한 관련 안건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재심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회계는 감사인보다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는 기업 책임이 더 무겁기 때문에 회계법인 대표뿐만 아니라 기업 임원에 대해서도 실효성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다른 금융회사 임원으로의 취업이 제한되고 금감원 출신 임직원은 특별한 범죄 경력 없이도 퇴직 후 3년간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금융회사나 법무·회계법인으로의 취업이 제한되는데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제기되진 않는다. 이렇게 볼 때 분식회계로 시장을 교란한 기업 임원에게 징벌적 의미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만 유독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법적 효율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임원을 계속해서 임용하거나 새로 영입하는 상장사는 분식회계가 재발할 위험성이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제한 장치를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앞으로 자세한 검토 과정을 거쳐 재입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식회계로 면직·해임권고 조치 된 임원의 상장사 취업·취임을 제한하는 안건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따라 규개위에 재심사 요청을 하진 않았다”며 “앞으로 필요성을 좀 더 검토해 본 뒤 재입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