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Mr. Market`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얼마 전부터 거시경제 리포트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사진)를 이렇게 지칭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기대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는 지난 4월 취임 일성과 7월 전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을 놀라게 만들지 않겠다"던 발언은 단번에 그를 한국내 시장주의자의 대표격으로 만들었다.
한은 비전 재정립과 조직 개편,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냈던 그였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그의 위상은 이렇게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김 총재는 일부러 시장 참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려는듯 말 그대로 갈짓자 행보를 이어갔다.
8월 금통위 직전 "이례적인 대외 불확실성"을 언급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한은의 정책기조 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지난달부터 국회포럼과 뉴욕 강연 등에서 기준금리가 여전히 너무 완화적이라든지,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든지, 미국의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며 내비쳤던 매파적 분위기는 이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싹 사라져 버렸다.
금리 인상을 점쳤던 시장이 놀란 것도 당연했지만, 김 총재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금리를 올리느냐가 중요하지만,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멀리 내다보면서 통화정책의 기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지 않고 한달 한달 인상이냐 동결이냐에 일희일비하는 시장을 오히려 훈계했다.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이 문제삼은 것은 `왜 이번달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7월에 세운 기준금리 정상화라는 기조가 8월과 9월에 왜 흔들렸냐`는 것이다. 또 "총재 본인이 시장에 준 시그널을 왜 뒤집었냐`는 것이다.
본질은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있느냐, 설령 방향성이 있다면 그것을 시장과 잘 소통하고 있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과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에 노이즈(noise)가 더해졌다"거나 "최근 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금리 동결 결정은 아이러니컬하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비아냥은 아프기까지 하다. 특히 시장을 가장 중시한다던 김 총재 스스로에겐 더 그럴 것 같다.
통화정책의 타깃이 물가가 될 수도 있고 자산가격이나 금융시장 안정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책효과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금통위를 매달매달 개최하는 것은 그때그때 대내외 여건을 파악해서 (금리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금리 동결이 바람직했다"는 김 총재의 변명은 옹색하기만 하다.
이를 비판하듯이 한 해외 투자은행은 "한은이 자신의 (중장기) 경제전망보다 단기적인 지표를 더 추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달 그때그때` 판단하는 건 이코노미스트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한은 총재라는 자리는 더더욱 그렇다. 시장신뢰 상실과 정책 실패는 이렇게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