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또다시 `회장(오너) 리스크`다.
세계 2위의 반도체기업 하이닉스 반도체의 새 주인 찾기는 주주협의회의 매각지분 절반 축소, 신주발행 허용 등 인수자에게 멍석을 깔아줬다. 하지만 `3전4기` 하이닉스 본입찰을 불과 이틀 앞두고 중대변수가 된 것은 가격도, 글로벌 업황도 아니었다.
SK그룹의 `무혈입성`으로 전개되는 듯 하던 인수전을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한 것은 다름아닌 최태원 회장의 `오너 리스크`다. SK텔레콤이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딜을 매듭지을 때까지는 언제든 변수가 될 소지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미 2003년 1조원이 넘는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실형을 살았다. SK와 최 회장은 바뀌는 듯 했다. `투명경영`하에 사외이사를 대폭 확대하고,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탈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리곤 불과 5년이 채 안돼 또다시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계열사를 통한 횡령 혐의가 터졌다. `오너`라는 지위를 남용하면서 SK그룹의 본질가치와는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어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위권내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79곳이 지난해 올린 이사회 안건 2020건중 단 1건만이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마저도 회사 뜻에 따라 부결시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외이사의 경영견제 기능은 마비상태인 셈이다.
`오너`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다 말아먹은 경우는 수두룩하다. 삼성그룹만 해도 삼성차사업 진출 실패와 부채 해결에 십 년이상 걸렸고, 이재용 사장은 `e-삼성`을 통해 제대로 깨졌다. 효성그룹도 진흥기업을 인수했지만, 결국 워크아웃을 맞았다. 진출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 효용을 따지기 이전에 `오너`로서 과욕을 부린 탓이다.
아직 수사중이긴 하지만, 최태원 회장만 유난스레 `오너 리스크`를 야기한 게 아니다. 대기업 총수들이 비자금 조성, 횡령 혐의 등으로 심심치 않게 검찰조사를 받는 게 우리네 현주소다. `Conglomerate(대기업)`대신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영어가 된 재벌(chaebol).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들이 가진 것 이상으로 휘두르는 `횡포`를 막는 게 급선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