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후계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고전적 방식 중 하나다. 계열사들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일도 심심찮게 봐왔다. 게다가 SI를 통해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승계를 위한 경영훈련에도 곧잘 활용된다. 배당 수익 또한 짭짤하다. 중견그룹 대교의 2세들이 SI 계열사에 꽂혔다.
강영중(63)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호준(32) 씨는 지주회사 대교홀딩스 지분이 0.04%(2692주)에 불과하다. 주력사 대교 또한 0.03%(2만6000주) 뿐이다. 차남 호철(30) 씨 또한 각각 0.04%(2356주), 0.03%(2만6000주) 정도다. 2대(代) 승계 기반이 채 형성돼 있지 않다. 지주회사 대교홀딩스와 주력사 대교에 적을 두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의미있는 물밑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보시스템 통합(SI) 및 관리(SM), IT 컨설팅, e-러닝사업 업체 대교씨엔에스(CNS)가 진원지다.
대교CNS는 지난 2011년 7월 투핸즈미디어의 e-biz 사업부를 67억원에 분할합병했다. 투핸즈미디어 주주들에게는 이전 대가로 보통주 98만9888주(주당 6759원)를 발행했다. 투핸즈미디어는 교육정보 월간지 ‘미즈코치’ 출판 및 교육컨텐츠 사업을 벌이는 업체로 주주가 바로 강 회장의 두 아들들이다. 지분 각각 50%를 소유하고 있다.
당시 분할합병으로 호준 씨와 호철 씨는 현재 대교CNS 지분 16.6%씩을 소유 중이다. 지주회사 대교홀딩스는 100%에서 66.9%로 낮아졌다. 또한 대교CNS의 주주로 올라선 것을 계기로 등기임원에도 이름을 올려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너 2세를 주주로 맞이한 대교CNS는 지난해 전례없던 배당(5억3800만원)을 실시했다. 따라서 일련의 흐름은 대교CNS를 통해 후계 승계 기반의 싹을 틔울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교CNS의 사업구조와 재무적 역량은 기반을 조성하는데 손색이 없다. 투핸즈미디어의 e-biz 사업부를 합침으로써 대교CNS의 기업가치는 레벨업됐다. 대교CNS는 지난해 매출 210억원에 순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분할합병 이후 6개월간 e-biz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은 23억원, 순이익은 9억원(세전)이나 된다.
게다가 대교CNS는 대교를 비롯한 대교 그룹사의 SM과 CRM시스템 구축 담당하는 전형적인 그룹 SI업체로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갖고 있다. 대교CNS의 지난 2011년 계열 매출은 89.1%(121억원), 2011년 83.1%(175억원)에 달한다. 계열사 중에는 대교에 대한 매출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대교CNS는 지난해 매출의 78.1%(164억원)를 대교로부터 올렸고, 2010년에도 81.5%(110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9억원으로 2010년보다 8억원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최근 2년간 9~10% 수준을 유지했다. 자본시장에 차입도 하지 않고, 현금성자산만 지난해말 기준 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08년 이후 27% 내외에서 안정적인 재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빚이 없기 때문에 차입금 의존도 역시 0%다. 결국 대교CNS는 대교의 우산 아래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도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알짜 회사인 셈이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유재희·임명규·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