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당장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일본과 예상보다 큰 규모의 통화스왑 체결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면 달러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해왔다. 그러나 일본에 먼저 통화스왑 규모 확대를 제안했고 결국 성사시켰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갈수록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선책은 금융통화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가 당장 통화스왑을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은 여전하지만, 그리스 국가채무를 두고 유럽간 해법도출이 지지부진하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는 아무리 튼실하다고 해도 (대외 상황에 따라) 급변한다"며 "대외 여건이 불안할 때에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감안해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2008년 금융위기때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엔화 뿐만 아니라 달러 스왑까지도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의도는 분명히 드러난다. 이번 한·일 통화스왑 규모 700억 달러에는 엔화 이외에 400억 규모의 달러 스왑이 포함돼 있다.
신 차관 역시 19일 "위기가 발생하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며 "지난 2008년 한·일 통화스왑 확대 당시에도 달러를 포함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가 간당간당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정부나 한은은 3000억달러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선이 깨질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일 통화스왑 규모 확대로 이런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최근 연례협의를 위해 방한한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역시 이번 통화스왑규모 확대에 대해 "국가신용 등급에 도움이 되고 은행과 기업의 외화차입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