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임성영 기자] 유상증자에 나선 대기업 계열사들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가뜩이나 증시가 안좋은 마당에 흔치 않은 변수들과 맞딱뜨리고 있다.
동부건설은 1400만주 유상증자를 진행중이다. 주당발행가는 5000원(액면가)으로 모집금액은 700억원이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오는 30일 납입을 완료함으로써 마무리짓는 일정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주가(2일 종가 3385원)가 발행가를 한참 밑돌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동부건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지분율 52.8%) 중 동부CNI, 동부생명보험, 동부문화재단 등 법인주주들은 현재 39.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하지만 청약일(8월 27~28일)까지 지금처럼 시가가 발행가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청약시 법인주주 임원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부건설로서는 개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발행가 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마당에 소액주주들이나 일반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할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사주조합이 20% 우선배정분을 전량 청약(140억원)하고, 동부CNI의 특수관계인 중 김준기 회장 등 개인주주들이 참여(78억원)한다 해도 청약자금은 218억원에 머무른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동부CNI의 특수관계인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개인주주들은 실권주 일반공모에 참여, 청약자금 외에 최대 300억원의 사재를 추가로 출연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55억원 유상증자에 나선 동부로봇의 경우에는 김준기 회장의 아들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추가 출자 계획을 갖고 있다. 3대주주(지분율 6.9%)인 김남호 씨는 주주청약(9월13~14일) 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주주(24.3%)인 동부CNI와 함께 실권주를 전량 인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의 심사 문턱을 넘기 힘들기는 대기업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동부건설과 동부로봇, 넥솔론은 증자를 위해 각각 7월2일과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정정명령을 받았다.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금감원이 증권신고서가 부실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넥솔론은 이 탓에 증자 일정이 연기됐다.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주주배정 7일, 주주우선 10일)이 늦어져 당초 9월 17~18일 주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24~25일로 늦춰졌다. 납입일도 9월25일에서 달을 넘겨 10월 4일로 연기됐다.
지난해 240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넥솔론은 올 상반기에는 681억원으로 적자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19일 발행가 확정 때까지 원하는 주가 흐름을 보여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넥솔론의 현재 모집금액은 782억원(3569만6080주·주당 2190원)이다.
대한전선은 오는 11월 5130억원(증자주식 8000만주, 예정발행가 6412원) 유상증자에 나선다. 앞서 7대 1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대한전선의 무상감자는 1955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무상감자는 투자자들에게는 마뜩치 않은 소식이다. 대한전선은 액면가(2500원)을 웃돌던 주가(7월27일 2655원)가 감자 결의 이후 185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확충이 시급한 대한전선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증자는 통상 2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투자 메리트를 주지만 대한전선(30%)의 경우 액면가(2500원)를 약간 웃도는 주가 탓에 별 승산이 없었다. 할인율을 고스란히 반영해 발행가를 정할 수 있으려면 액면가 보다 훨씬 높게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고민을 깔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