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임성영 기자] 유상증자에 나선 대기업 계열 상장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비단 증시 상황이 나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흔하디 흔한 주주 계열사들의 지원을 못받을 상황에 놓인 곳이 있는가 하면 금융감독당국은 엄격한 심사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증자에 앞서 설립 50여년만에 무려 7대 1 무상감자를 감수해야 하는 대기업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내 4개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다. 동부그룹의
동부건설(005960)과
동부로봇(090710), OCI그룹의
넥솔론(110570),
대한전선(001440)이다. 증자금액은 총 6667억원에 이른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700억원 유상증자에 나선 동부건설은 최대주주 동부CNI 등 주주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은 처지에 놓였다. 지금처럼 시가(2일 종가 3385원)가 발행가(액면가 5000원)를 밑돌 때 청약(8월27~28일)했다가는 주주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동부CNI의 특수관계인 중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개인주주들이 추가로 사재를 털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청약 때 대량 실권이 불보듯 뻔한 가운데 실권주 일반공모 때도 최대 300억원까지 청약키로 했다. 그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도 매섭다. 대기업 계열사라고 서슬퍼런 칼날을 피해갈 수 없다. 동부건설과 동부로봇, 넥솔론은 증자를 위해 내놓은 신고서가 퇴짜를 맞아 다시 신고서를 내야했다. 넥솔론은 이로인해 증자 일정 자체가 늦어졌다. 지난해 240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 또다시 681억원의 순손실를 기록한 넥솔론은 적자 실적으로 다음달 주주들과 일반투자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대한전선은 5130억원 유상증자에 앞서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4278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무려 611억원으로 7분의 1 줄이는 조치다. 증자를 원활히 하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다. 증자는 통상 2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투자 메리트를 주지만 대한전선의 경우 액면가(2500원)를 약간 웃도는 주가 탓에 별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 감자는 발행가를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영욱 우리투자증권 기업금융팀 차장은 “아무리 대기업 계열 상장사라 할지라도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으면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위험 회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정부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