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돌연 사퇴를 선언하며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격적인 사퇴 이면에는 산업은행(KDB)과 다른 채권단간의 갈등 또한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5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차환)을 위해 공동담보로 내놓기로 한 산은 소유 팬택 담보권에 대해 돌연 공동담보 철회를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담보 규모가 얼마 되지 않지만, 리파이낸싱에 같이 참여하는 만큼 공동담보로 하는 게 맞다"며 "그동안 산은과 채권단간 이견이 좀 많았다"고 말했다.
당초 채권단은 이번 주말께 5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박병엽 부회장의 돌연 사퇴 발표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이달까지 5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은 물건너가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산은의 고집으로 인해 박병엽 부회장이 `돌연 사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팬택 경영을 이끌 적임자로 박 부회장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산은이 한 발 물러서 채권단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달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은 측도 "워크아웃이 종료되더라도 이후 팬택을 정상화까지 이끌만한 사람은 박 부회장밖에 없다"고 했다.
산은과 다른 채권단간의 갈등은 이미 팬택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산은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신주발행 투자자 유치에서 경영권(구주) 매각까지 언급됐고, 팬택의 새 주인찾기가 진행되는 듯한 양상도 보였다. 이는 산은의 독자적인 입장이었을 뿐 여타 채권단과의 공감대나 합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영권은 커녕 재무적투자자 유치도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 진행된 리파이낸싱 과정에서도 `담보권`을 가지고 산은과 여타 채권단이 이견을 보이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관두겠다는 박병엽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은 나가서 경영권을 가져갈만한 투자자를 구해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현재 대주주인 산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팬택의 대주주는 산은으로 지분 14.74%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