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헤지펀드보다 프라임 브로커가 먼저다
칼럼 Market Front
등록 2011-05-04 오후 2:13:36
수정 2011-05-04 오후 2:13:36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2000년대 중반의 펀드와 지난해 자문형 랩을 이을 차세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헤지펀드 관련 재간접 상품에 자금이 속속 들어오고 있고 연기금 같은 큰 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가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돼 온 만큼 그런 기대가 나올 만도 하다.
헤지펀드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수행할 증권업계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특히 글로벌 IB들이 프라임 브로커 관련 업무에서 전체 수익의 20% 가량을 뽑아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프라임 브로커 업무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우리투자증권이다. 지난 2007년 자본시장법 도입에 앞서 프라임 브로커 업무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투자증권이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라 봐야 사실상 주식 대차 서비스가 전부다. 파생상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나 부서가 분산돼 있어 그다지 힘이 실리지는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서비스에 나선 몇몇 대형 증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주식 대차에서 스왑 등 파생상품,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을 주력으로 수탁, 장부관리, 주문시스템, 레버리지 공여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IB에 비할 때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프라임 브로커 시장은 미국계 IB들이 장악해 왔다. 전세계 헤지펀드의 절반이 유럽에 근거지를 두고 있음에도 유럽계 IB들은 미국계 IB의 높은 벽을 절감하면서 군침만 흘려야 했다. 유럽계는 금융·경제위기 후 미국계가 망가지면서 톱 10에 하나 둘 겨우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내 영업기반 관리감독 강화 필요
이에 보호육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IB를 견제할 장치를 갖춰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글로벌 IB로 하여금 주식이나 파생업무처럼 한국 내에 영업기반을 갖추도록 하고 관리감독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견제장치다. 글로벌 IB가 국내에서 프라임 브로커 영업에 나설 경우 대부분은 홍콩 데스크에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가 홍콩에서 조종을 받게 되고 만일 금융사고라도 터질 경우 우리나라는 홍콩 쪽만 바라보는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시장 관리 능력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행여 마진콜 요구를 받은 헤지펀드가 응하지 못해 파산한다고 가정할 때 2차 피해는 레버리지를 공여한 프라임 브로커에게로 전이된다. 프라임 브로커마저 위험에 빠지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국내 자금 대여자들은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치증권이 한국 내에 영업기반을 갖추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조사에 애를 먹었던 경험은 생생한 실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임 브로커를 관리감독만 해도 금융시장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헤지펀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관리감독업무에 손을 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를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글로벌 투자은행의 육성이라면 견제장치 구축은 더욱 절실하다.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는 프라임 브로커 시장을 현재의 M&A 시장처럼 외국계가 장악하게 할 수만은 없다. 증권사들 역시 그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요즘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국내 자산운용인력 역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하고 몸값은 치솟고 있다고 한다. 운용 분야 역시 기대감만 큰 상황이다. 무턱대고 헤지펀드 시장을 만들기에 앞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