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앞으론 사유서 쓸 준비를 해야겠네."
임형준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장의 복귀에 단기 원화자금 시장에서 이같은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과 2009년 시장운영팀에서 차장으로 일하면서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 발빠른 대응으로 단기금융시장 정상화를 앞당겼던 임 팀장의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단호하고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사유서를 꽤 제출했던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임 팀장이 신임 시장운영팀장에 발령나자마자 지준관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임 팀장을 겪어보지 않은 자금 담당자들도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 3월4일자 임형준 신임 한은 시장운영팀장 "지준관리 엄격해야") 당시 지준을 관리했던 한 은행권 관계자는 "RP 입찰에서 너무 큰 규모로 응찰해서 사유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며 "여차하면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담당자 역시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시기를 추억하면서 그동안 묵혀놨던 사유서 파일을 꺼내서 정리해야겠다는 농담도 한다"며 "워낙 카리스마가 있었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기때 임 팀장의 대처능력이나 방식이 탁월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당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돈이 돌지 않자 환매조건부증권(RP)과 통화안정증권 매입을 통해 자금을 대거 푸는 한편 RP 대상기관을 증권사로도 확대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맥경화` 진화에 나섰다. 임 팀장은 당시 차장으로서 이 작업을 지휘했었다.
한 자금시장 담당자는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혼란스러웠던 그 때 한국은행의 스탠스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가 치솟는 상황이라 금융위기때와는 정 반대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지준을 타이트하게 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앞선 자금시장 담당자는 "지준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어찌보면 엄격한 지준관리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임 팀장의 업무 스타일상 긴장을 유지해야겠다는 다짐도 보인다.
한 자금담당자는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해오면서 지난 2년만큼 편했던 적이 없었던게 사실"이라며 "이제 물가나 유동성 관리에 있어서 한은이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인 만큼 자금담당자들도 긴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다른 자금담당자는 "팀장이 바뀌었으니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까지는 워낙 유동성이 풍부해서 잘 넘어온 편인데 금리가 상승기인 만큼 앞으로 지준관리를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