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한국장학재단이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 4.25%를 올 상반기안에 일괄 매각키로 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해 온 데다 삼성그룹이 3세로의 그룹 승계 과정에 있어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서 거추장스런 외부 주주가 생길 수도 있고, 매각도 지연돼온 터여서 실제 매각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은 삼성에버랜드 보유주식 10만6149주(4.25%)를 매각키로 하고 오는 28일까지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받아 다음달초 선정작업을 마친 뒤 매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학재단은 우선 제한경쟁 입찰방식으로 해당 지분을 일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오는 6월말까지 매각 작업을 완료키로 일정을 잡았다. 매각 대금은 교육 양극화 해소와 장학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매각 대상 지분은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고 이윤형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지난 2006년 삼성그룹이 8000억원 규모 사회 헌납을 발표한 뒤 교육부에 기부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해당 지분을 교육 양극화 해소에 쓰겠다고 하고 2007년 주관사 선정 작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 정부는 매각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매각은 계속 지연돼 왔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2006년 기부 당시 상속세법과 증여세법 평가액 기준으로 740억원 상당이었다. 최대주주인
삼성카드(029780)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작성한 분기보고서상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할 때 해당 지분의 가치는 22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삼성에버랜드는 그간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해왔지만 지분 구조상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장학재단 보유 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분이 삼성카드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25.1%), 이부진 사장(8.4%), 이서현 부사장(8.4%) 등 삼성그룹측에서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을 가져갈 경우 상법상 3% 이상 보유 주주에게 보장돼 있는 회계장부 및 서류에 대한 장부열람 권리는 행사할 수 있으나 이사 선임 요구는 불가능, 경영 참여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현재 삼성그룹이 3세로의 그룹 승계 과정에 있다는 점은 충분한 투자 매력으로 다가온다. 현재 이재용 사장 등 3남매로의 그룹 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에버랜드는 상장이나 분할 등 어떤 액션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에버랜드 지분이 그룹 프리미엄을 충분히 부여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또 당장 삼성카드는 금산법상 해당 5%를 초과하는 에버랜드 지분은 내년 4월까지 처분해야 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비록 주주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다하더라도 계열분리까지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에버랜드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장학재단의 매각 의지에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은밀히 진행해야 하는 승계 작업에 아무래도 외부 주주는 불편한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와 관련, "장학재단이 삼성그룹과 협의 없이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에도 지연돼 온 것은 물론 삼성그룹이 그룹 승계를 위한 분할이나 상장 등 전략적 의사 결정 과정을 남겨 두고 있어 실제 매각이 성사될 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매각이 진행된다면 삼성그룹측에 우호적 투자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이전처럼 외부 시선에 못 이겨 매각 시늉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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