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비둘기 둥지? NO!`..우리 한은이 달라졌어요
"물가, 물가" 김중수총재 급선회..부동산·가계빚도 주시
`물가잡는 매` 당분간 우세.."상황 바뀌면 또 몰라" 시각도
등록 2011-01-20 오전 11:27:56
수정 2011-01-20 오전 11:27:56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리 한국은행이 달라졌어요.`
지난해 기준금리 정상화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던 한은이 새해 연초부터 전례없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김중수 총재가 직접 나서 연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무진에서도 물가는 물론이고 부동산이나 가계대출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한은이 기존 `비둘기 둥지` 이미지를 벗고 당분간 매파가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 김중수총재 `물가잡기` 발 벗었다
김 총재부터 바뀌고 있다. 사실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물가에 대한 언급을 하긴 했지만,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다. 그러다 새해 들어 정부의 전방위적 `물가와의 전쟁`이 시작될 즈음부터 발언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수요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있었기에 이번에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성급하지 예단하지 말라"고 했다. 12월에도 "물가상승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3%대 초중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지만, 성장과 물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김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 견조한 성장세의 유지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데 중점을 두며 기준금리정책을 운영하겠다"며 물가안정에 `확고히`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성장`을 앞에 뒀다.
그러나 김 총재는 19일 금융연구원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물가 안정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며 `물가`와 `성장`의 배치를 바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물가`가 `성장`보다 앞에 간 것은 다분히 의도적일 것"이라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크고 정책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총재 스스로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가계빚, 한은 고민도 깊어져
아울러 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와 함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빚이나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 등으로 확인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회복 등에도 한은의 매파적 눈이 번뜩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금통위 직후 김중수 총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이 대목을 지적했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일시적 요인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수도권까지 매매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고 거래와 함께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다소 성급할 수도 있지만 최근 가격 상승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어느정도 턴한 것 같다"며 "(작년 4월 주택구입 세금 크레딧 종료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인) 미국과 달리 우리는 주택 공급이 적고 심리적 요인에 따른 가격 상승이 잦아 이번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이 워낙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고 외국인 주도장에서 벗어나 개인들도 투자수익을 낼 것으로 보여 증시 랠리에 따른 부(富)의 효과도 올해부턴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분간 매파 득세" vs "상황이 좌우"
이같은 한은의 변화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은에서 매파가 득세할 것이라는 시그널로 보고 있다. 다만 주변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상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정상화의 속도야 시장 기대를 늘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겠지만, 어쨌든 방향성으로만 본다면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한은의 본분을 지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역시 "전격적인 1월 금리 인상이나 발언을 보면 한은이 적어도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매파적인 스탠스로 옮겨갈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며 "특히 정부도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기 때문에 한은은 정부 간섭없이 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인데다 글로벌 환율 전쟁의 재연 가능성,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둔화와 그에 따른 성장률 추락 등 우울한 시나리오도 여전한 만큼 주변여건 변화에 따라 한은 스탠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녹록치 않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매달 금통위에서 그때그때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는 게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김 총재 생각"이라며 "막상 환율이 더 떨어지고 성장이 큰 폭 둔화되는 게 현실화될 때 한은의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