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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화석의 부활` 경계해야 하는 IB

등록 2011-02-07 오후 12:58:35

수정 2011-02-07 오후 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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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 매매 개시 후 1개월간 월평균 시세가 공모가의 90%를 밑돌았다. 상장을 주선한 주관 증권사는 6개월~1년 동안 주관업무를 할 수 없다. 주식자본시장(ECM)에 1999년 5월까지만 해도 존속했던 제도다. 2003년 8월에 가서는 IB들을 옭아맸던 또다른 족쇄가 풀렸다. 시장조성이다. 상장 후 1개월간 주가가 일정가격으로 떨어지면 주관회사가 물량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게 했던 제도다. 우리사주조합 몫을 제외한 공모주 전량이 대상이다.

앞서 2002년 8월 조성가격을 공모가의 80%에서 90%로 높인 적이 있다. 당연히 IB들의 인수부담은 컸다. 기준가격을 올린 이후 금융당국은 실태조사를 벌여 2003년 5월 점검결과를 내놓았다. 이전 30% 수준이던 상장공모 대비 시장조성 비율은 35%로 늘었고, 금액도 5%에서 17%로 증가했다. 이렇다보니 공모가는 저평가되면서 발행사는 자금조달이 위축됐다. 공모가격이 주당희망가격범위(밴드) 하단도 안되는 경우가 48%(51개사 중 24개사)나 됐다.

당연히 폐지돼야 할 명분을 줬다. 다만 일반투자자 보호 기능은 남겨 `풋백옵션`으로 대체됐다. 상장후 1개월 이내에 공모가의 90% 이상으로 주관회사를 비롯한 인수단에 장외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던 것. 이마저도 2007년 5월 없어졌다. 시장조성을 없앨 때와 같은 이유였다.

금감원이 2003~2006년 264개사의 IPO 인수실태를 분석한 결과,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 대비 30% 이상 높게 형성된 곳이 60%(159개사)나 돼 공모가의 저가책정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제도개선은 이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증권사들을 옭아매던 규제들을 풀어 IB업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한마디로 IB들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화석(化石)’이 돼가던 제도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활 조짐을 보였다. 공모가가 부풀려진 탓에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공모주의 20% 이상을 배정받는 일반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고 있으니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왔다. IB들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일이다. 하지만 이는 IB들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산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발행사와 관계설정에 있어 유리한 제도가 없어지는데도 IB들이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ECM 시장에는 주관계약 체결시한 제도가 있었다. 상장을 추진중인 기업이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지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대표주관을 바꾸면 심사청구를 할 수 있기까지 해당 기간만큼 더 기다려야 하니 당시는 웬만하면 한 번 정한 주관회사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3년 전 이 제도가 자취를 감췄다. 발행사와 주관회사간의 종속관계의 골을 깊게 하는데 일조했다. 제시한 밴드가격 등이 성에 안차 심사 청구전 주관회사를 갈아치워도 기업이 IPO일정을 진행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일부는 환영했다. ‘남의 떡’도 먹을 수 있다는 속내를 담고 있었다.

발행사가 심사 직전 주관회사를 갈아타는 일은 이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기업실사 도중 발행사로부터 주관회사를 교체한다는 통보를 받은 곳도 있었다. 상도의는 깨졌고, 주관회사는 주관회사대로 `칼자루`를 쥔 발행사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이렇다보니 공모가는 높은 몸값을 원하는 발행사의 입맛에 맞춰질 개연성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3년여만에 IPO제도를 손질하면서 IB들에게 다시 `주관계약 체결시한 3개월` 카드를 쥐어줄 참이다. 이제는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모가 결정 등 시장에서의 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IB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환영만 하다가 그칠 때는 아닌 듯 하다. 한 때 자신들을 옭아맸던 `화석`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왜 또다시 불거져 나왔는지를 새겨봐야 할 때다. IB들이 주관계약 체결시한과 같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언제든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신성우 기자

jw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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