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너무 빠르게 달리다 넘어지진 않겠다.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원칙이 재확인됐다.
물가 압력이 다소 줄어드는 양상이고 달러-원환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보니 한국은행의 신중모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징검다리식 금리 인상` 룰은 사실상 깨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3.00%로 동결했다. 지난 3월에 25bp 금리를 인상한 뒤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제자리에 붙들어 맸다.
이같은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고 있고 중국의 긴축과 미국 추가 양적완화 종료 임박 등도 한국은행의 행보를 늦추게 만든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달러-원환율이 1080원, 1070원대까지 내려갔고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락하면서 인플레 부담도 다소 줄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대이긴 하지만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결국 한국은행은 대외 불확실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김중수 총재 역시 "과거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어느 나라든지 매우 조심스러운, 그러나 안 움직이는 것은 아닌듯 정책을 쓴다"며 "올라가되 의연하고 꾸준하게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 않은 문제를 맞을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날 한국은행 관계자도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이같은 선택이 불가피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베이비스텝 기조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더욱 신중해진 행보로 인해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폭은 예상보다 더 적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징검다리식 금리 룰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팀장은 "더디긴 했지만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정상화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가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지고, 인상폭도 적어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