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한 때 한옥 짓기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한옥 짓기는 목재 고르기부터 상당히 까다롭다. 기둥과 보에 쓰이는 목재 중 단연 으뜸으로 치는 것은 소나무, 그중에서도 금강송이다. 곧게 자란 소나무를 베어내 껍질을 벗겨 내고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1~3년을 말려야 한다. 그래야 균열이나 부패가 생기지 않는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외국계 기업은 중국고섬,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 두 곳 뿐이다. 게다가 중국고섬은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9일 일본 파워테크놀로지마저 상장공모 철회를 결정하면서 올들어 외국계 기업 6곳이 국내 상장계획을 접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올해 세계 100대 기업을 유치하겠노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은 게 올 1월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외국기업들이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올 3월 중국고섬의 회계부실 사건이 터진 이후 시장의 냉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탓이다.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는 푸대접을 받으면서 까지 왜 굳이 한국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배어있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거래소는 지난 10월 상장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며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외국계 기업 상장 관련 규제안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외부감사인의 검토의견 제출뿐만 아니라 10% 지분인수 의무화, 2년간 공시대리인 역할 수행 등 주관 증권사의 부담도 가중시켰다.
너무나도 뒤늦은 수습이다. 오히려 외국계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데만 신경쓰다 보니 사전에 제도를 제대로 갖춰놓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집을 빨리 지어야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시장 인프라 조성`이라는 좋은 목재를 고르는 데 실패했고, 나무가 뒤틀리고 균열이 생긴 후에야 부랴부랴 보수 공사에 나선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우량한 외국계 기업들이 싱가포르와 홍콩 시장을 제쳐두고 왜 우리나라 시장에 오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15일 광화문이 4년여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하지만 복원 3개월 만에 현판에 금이 갔다. 현판에 사용된 목재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문화재 복원 공사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절 행사와 G20 때문에 무리하게 공사 일정을 앞당기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일에는 자고로 순서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