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1955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선 제조에 성공한 굴지의 중견기업 대한전선. 1947년 설립돼 호남고속도로 부산도시고속도로 한강 하저터널 등을 준공한 건설사 남광토건. 이들에게 비극은 2007년 한 집 살림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2007년 대한전선은 남광토건 지분을 인수하면서 2대주주인 전(前) 회장측과 지분매입 경쟁을 벌였고, 최대주주가 된 후에도 단독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2대 주주와 공동 경영을 해야했다.
이번엔
하이마트(071840)다. 1대 주주인 유진그룹과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간 분쟁이 본격화됐다. 유진측은 선 회장 퇴임 수순을 밟고 있고, 선 회장 측은 유진의 요구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로 보면 간단하다. 지분을 많이 확보한 쪽이 이긴다. 사실 1조9500억원을 주고 하이마트의 1대 주주가 된 유진그룹이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하이마트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말 그대로 `새 주인`임을 몰랐던 이는 없다. 창업주는 억울하다고 한다. 유통업에 문외한인 유진이 하이마트 성장에 일조한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어찌보면 중요하지 않다. 결국 수(數)의 논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입증된 뻔한 싸움이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IB 업계 관계자의 관전평이 걸작이다. "협력적 인수합병(M&A)은 이래서 피곤하다. 새 주인이 애초에 모든 것을 장악해 점령군 행사를 했어야지. 쯧쯧." 시장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는 심정을 과격하게 표현한 것인지 모르지만 경영권 분쟁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우려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경영권 분쟁의 결과는 참담하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주간 지분경쟁을 겪은 남광토건은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지금은 워크아웃 기업 신세다. 지분 다툼으로 한때 14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는 1600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선 회장이 우려하는 하이마트의 `주주 이익`도 이미 훼손되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부각되자, 하이마트 주가는 9만원선에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시집 보낸 딸이 아깝다고 법적 혼인 관계를 무시한채 강제로 데려올 수 없다. 선 회장으로선 자금을 끌어와 지분을 더 매입하거나, 충분한 주주 위임장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방도가 없다. 마찬가지로 음식 솜씨 없는 시어머니가 처가에서 보낸 김치 맛나게 먹는 아들 꼴이 보기 싫어 김치 내다버리는 것도 욕먹을 일이다. 하이마트 대주주와 창업주가 혼수 장만하러 오는 고객들한테 한 수 배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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