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이 2년반 전(前)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지분 출자한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미약품그룹은 현재 크리스탈 발행주식의 16%에 달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보유하고 있다. 만기가 2개월이 채 안남았다. 하지만 주가가 행사가를 한참 밑돈다. 또한 투자지분이 93억원 가량 평가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탈이 123억원 증자에 나섦에 따라 추가 출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워런트, 현 발행주식의 16% 달해
바이오업체 크리스탈은 지난 2008년 5월 대신증권을 대상으로 3회차 BW 150억원을 발행했다. 사채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조건에 따라 발행 1년 뒤인 2009년 5월 전액 상환됐고, 지금은 워런트만 남아있다. 150억원 전액 한미약품 계열 한미메디케어가 보유하고 있다. 행사만기가 오는 4월6이다. 행사가격은 9310원으로 크리스탈 신주 161만주를 인수할 수 있다. 발행주식(1032만주)의 15.6%에 달한다.
만일 잔여기간 동안 워런트 행사를 통해 150억원 추가출자가 이뤄진다면 한미약품 계열은 크리스탈 지분 25.9%를 확보,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중명 대표이사(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15.3%)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미약품그룹은 워런트 외에도 한미약품이 9.3%, 한미홀딩스가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그룹이 조 대표 등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해도 현 최대주주 지분율이 5% 이상이면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협약을 체결해 놓고 있어 조 대표의 경영권에는 이상이 없다.
워런트 행사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행사가능기간이 2개월도 채 안남았지만 크리스탈 주가가 행사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종가(7300원)는 행사가 보다 21.6% 낮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행사가 조정(리픽싱)은 더 이상 없다. 지난해 8월 이미 발행조건상의 리픽싱 한도(최초행사가 1만3300원의 70%)까지 조정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워런트 행사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며 "낮은 주가 때문에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크리스탈, 오는 4월 123억 증자
한미약품그룹이 추가출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사안은 이외에도 또 있다. 크리스탈은 5개월간 중단됐던 유무상증자를 지난 2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재추진키로 했다. 크리스탈 유무상증자는 지난해 9월말부터 추진돼 왔으나 증권신고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한 차례 정정명령과 한국벡스팜제약과의 합병 작업 등과 맞물리면서 일정이 늦춰져 왔다. 크리스탈 관계자는 "최근 한국벡스팜제약과의 합병 계약을 해제키로 하면서 유무상증자 관련 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모집주식은 256만주로 예정발행가(확정발행가 결정일 4월6일, 할인율 30%)는 4770원으로 발행금액은 123억원이다. 주주배정비율은 1주당 0.225주다. 따라서 현재 조건을 놓고 보면 지분 14.3%를 소유한 한미약품그룹에 주어진 몫은 16억원(33만주) 가량이다.
반면 한미약품그룹은 기존 출자지분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만만찮다. 한미약품은 신약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크리스탈이 진행중인 신약 개발프로젝트를 공동사업화하기 위해 지난 2008년 5월 크리스탈의 168억원(140만주·1만2000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156억원(130만주)를 출자했다. 이듬해 4월에는 조중명 대표로부터 45억원에 18만주(주당 2만5000원)에 추가로 인수했다. 현재까지 출자금액이 총 201억원이다. 크리스탈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금액은 108억원이다. 93억원(주당 6281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증자 참여에 대해서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증자는 대표주관회사 신한금융투자와 잔액인수 방식으로 진행, 최종실권주는 주관회사가 떠안는다. 크리스탈로서는 청약미달주식이 생긴다 해도 계획하는 자금 조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