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이혼 가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아내의 갑작스런 가출과 부부의 이혼 그리고 자식의 양육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적나라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진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오스카상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어쩌면 평범한 내용을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는 이 영화가 아직도 수작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인공들의 열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홀아비 신세가 돼 가사와 양육, 회사일로 좌충우돌하는 남편 크레이머, 자아실현을 위해 가정을 등지고 가출했지만 아들을 잊지 못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아내이자 엄마 크레이머의 절절한 연기는 식상하고 뻔한 줄거리의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개봉된 지 30년이 넘은 이 영화가 새삼 떠오른 것은 최근 하이마트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분쟁 때문이다. 경영권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돌연 지분 공동매각을 선언했다. 하이마트 없이는 못살겠다며 서로 양육권(경영권)을 주장하며 싸움을 벌이다가 갑자기 한지붕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악수하더니 이번에는 못 키우겠다며 둘 다 하이마트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 경영자인 이들의 의사 결정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직면하는 경영인으로서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각자 대표체제, 지분 공동 매각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에 불과하다. 누가 봐도 어느 것 하나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의사 결정 과정이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 정신없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또 과연 하이마트에 대한 이들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도 의심스럽다. 하이마트를 더 비싼 값에 팔기 위해 혹은 매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애초부터 짜여진 각본대로 연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양육권을 빼앗기 위해 싸우는 부모로 빼어난 연기를 펼쳤던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이란 `영예`를 거머쥐었다.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던 싸움에서 두 회장님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자기 아이를 버리려면 용기가 얼만큼 필요하죠?" 영화 속 더스틴 호프만의 대사처럼 하이마트 주주들과 직원들이 이들 두 회장님께 되묻고 있다.
▶ 관련기사 ◀☞[특징주]유진기업, 사흘째 上..`하이마트 매각`☞유진기업, 320억원 규모 고속도로휴게소 수주☞12월장 큰 돈 벌려면, 이 종목 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