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전공 분야와 업종을 바꾸는 일은 고달프다. 도전에 드는 비용과 뒤따르는 고통도 적지 않다.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모험과 도전은 어쩌면 그래서 더 값어치 있는지 모른다. 맥쿼리그룹의 계열 사모펀드(PEF)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의 신중섭 전무는 국내 금융권에선 성공적인 자기 변신을 이뤄낸 인물로 꼽힌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에서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자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변신 여정을 마켓in이 따라가 봤다.
 | | ▲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 신중섭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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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만 8년을 일했어요. 맥쿼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6년이고요. 사회생활의 첫 출발은 동양종금증권의 크레딧 애널리스트였어요. 내부투자 및 회사채 언더라인팅(인수)을 위한 크레딧 분석이 주 업무였어요."
크레딧 애널리스트로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가던 그에게 첫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04년이다. "유학을 다녀와서 계속 애널리스트로 일을 할까 고민 중이었습니다. 선배 한 분이 `애널리스트로 어디까지 가볼 참이냐`고 물었어요.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은행(IB)업무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하셨죠. 리서치팀에서 기업금융팀으로 옮긴 계기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선 이례적 선택이었다. 한번 애널리스트는 영원한 애널리스트라는 게 업계 풍토였다.
리서치에서 IB로 전공을 옮긴 그는 2006년 맥쿼리와 연을 맺는다. 맥쿼리코리아인프라스트럭쳐펀드(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가 상장을 추진할 무렵 동양종금이 인수단 멤버였고, 그는 실무담당자였다. 딜(deal)이 마무리된 후 그를 눈여겨 봤던 맥쿼리로부터 연락이 왔다. 맥쿼리의 사모펀드 운용회사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사모펀드 업무에 대해서는 2003년 네덜란드 유학시절 처음 접했어요. `아 이런 것도 있구나.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다, 마침 그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던 거죠.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 의욕도 컸어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데 따른 고충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변신의 시기 마다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물었다. "사실 애널리스트로 일했을 때나 기업금융팀에서 언더라이팅 업무를 했을 때나, 사모펀드에 몸담은 지금이나 힘들긴 마찬가지에요. 원래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과정 자체가 힘든 거잖아요. 그때 마다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이에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전 이미 가장(家長)이었고 가장이라는 위치, 그리고 제 가족이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게 한 동력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 받은 대가로 아내가 살림을 꾸리고, 내 아이가 먹고 입고 커가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숭고하고 가슴 먹먹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가장에겐 어려워도 이겨내야 할 이유가 있다. 신 전무도 마찬가지였다.
"아, 인맥관리요? 솔직히 마음만 앞설 뿐 제일 약한 부분이에요. 고객이 가장 중요한 인맥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객에게 최선을 다할 뿐이죠. 요즘 관리하는 업무가 늘면서 다소 소홀해져 많이 부끄럽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인맥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확 늘어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고객을 통해 새로운 분을 소개 받고 하면서 지인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신 전무는 "사모펀드 업무는 매 순간 힘들면서도 감동"이라고 했다. 펀드조성 단계부터 타깃 고르기, 인수 후 기업가치 개선작업, 최종 투자회수에 이르기까지 호락호락한 게 없다. 그는 "특출한 어느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딜을 성사시킬 수는 없어요. 팀의 협업이 중요하죠. 맥쿼리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조직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은 현재 두개의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호 펀드의 총 약정금액은 1조 2140억원으로 5개 자산에 투자를 완료해 약정금액 대부분을 소진했다. 지난해 설립된 2호 펀드는 4450억원으로 출범해 올들어 추가 펀딩으로 약정자산이 5500억원에 이른다. 2호 펀드는 현재 1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완료했다.
최근 일본 은행과 일본계 연기금도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에 돈을 맡겼다. 국내에 등록된 블라인드 펀드의 외국인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신 전무는 "세계 46개국에 걸쳐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맥쿼리 그룹의 높은 신뢰도와 인프라 및 신재생 에너지부문에서 축적한 풍부한 투자 노하우가 해외 LP 유치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