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방공기업 신용등급에 대한 적정성이 논란이 됐을 때 등급을 매기게 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신평사들이 현재 이들의 재정문제를 좌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방공기업 신용평가 관련이슈 점검’ 보고서의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12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에서 `업무활용도가 높은 보고서` 4위에 오른 이 보고서는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과 LH 부실화 문제가 불거진 무렵 그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공기업이 민간업체와 다른 기준으로 신용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 ▲ 배문성 한기평 선임연구원 (사진: 한대욱 기자) |
그가 처음으로 지방공기업을 분석한 건 2008년. 당시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당시 김포한강도시개발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김포시도시개발공사에 대해 정부의 채무보증을 고려해 `AA-`등급을 매겼다.
배 연구원은“지방공기업 등급의 전례가 없던 상황에서 최초등급을 어떻게 부여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며“행정안전부 사무관들의 강의도 듣고 함께 스터디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방공기업의 열악한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15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도시개발공사의 총차입금 규모가 2005년 4조886억원에서 2009년 26조790억원까지 매년 58.9%씩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재무제표가 없어서 보고서 작성에도 애를 먹었다. 배 연구원의 보고서는 8월에 나왔지만 그가 참고로 한 재무제표는 지난 2009년말 기준이다.
그는 “평가사들 입장에서는 반기마다, 분기마다 결산을 해주면적시성 측면에서 좋겠지만 이미 시장에서서는 지방공기업 투자에 재무제표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니즈가 크지 않아 효용성보다는 비용이 더 큰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몇 년 안에 정부의 지원을 배제한 자체적인 재무건전성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2~3년 안에 재무건전성만을 토대로 등급을 매기겠다고만 해도 지방공기업은 사채 발행을 자제하고 감당할 수있는 사업만 시행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공기업 신용등급은 AAA~AA 수준이다.
배 연구원은 지방공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공익성`을 꼽았다.
그는 “공기업이 공익적차원에서 산업단지나 복지시설을 지을 경우 수익성이 떨어진다”며“일반기업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부채라도 공익사업으로 늘어난 것과 아파트분양사업으로 늘어난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례로 대전도시공사를 들었다. 배 연구원은 “최근 대전도시공사가 도안신도시개발 이후 부동산 때문에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동안 대전동물원이나 공원설립 등도시기반시설 확충과 대전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했었다”며“공익성 지표가 신용등급 지표로서 사용될 수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성`을 수치화하는 작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고 했다.
“아직 지방공기업 신용평가에 대해 가야할 길이 멀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논란이 많은 지방공기업 신용평가를 맡고 있지만 그의 표정이 밝았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