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세계적인 긴축 속에서도 미국과 함께 외로운 완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행이 밝아진 경기 전망과 새롭게 떠오른 걱정거리를 동시에 드러냈다.
당분간 양적완화 조치는 지속될 수 밖에 없겠지만, 향후 성장과 인플레, 유럽 재정위기 전개에 따른 엔화가치 움직임 등에 따라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성장 멈춘듯"..현 경기진단 고수일본은행은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을 부정적인 톤 그대로 유지했다. 당장 드러난 지표들의 개선세가 한참 미흡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 동결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 경기에 대해 "일본경제가 여전히 완만한 회복 시그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세가 멈춘 것 같다"던 표현을 두 달째 고수했다.
이후 "부동산 투자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고 "다소 미약하긴 해도 산업생산과 수출은 바닥을 벗어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였다"고 했지만,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선 데이터를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결국 이는 지난해 10월에 던진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 추가 양적완화 조치라는 카드를 일정기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선언적일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표현을 남겨둔 것도 이같은 심산일 수 있다.
◇ "회복추세 복귀" 경기전망 상향이처럼 현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은 냉정하게 하면서도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톤을 다소 높였다.
당초 12월에 일본은행은 "일본경제가 상당기간 더딘 회복추세를 보인 뒤 완만한 경기회복 추세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이달에는 "일본경제가 점진적으로 경기회복 둔화세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재진입할 것"이라고 바꿨다. 약간의 낙관론이 가미된 셈이다.
그리고 그런 낙관론의 기저에는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이라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실제 성명서에서도 "세계경제는 이머징 국가와 원자재 수출국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0.1%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주가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엔화가치가 치솟는 돌발 상황만 생기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새로운 고민..엔화 강세수출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은행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엔화 강세다. 강한 엔화는 자칫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수출경기를 꺾어버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1월 성명서에서 이 대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일본은행은 미국경제에 대해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지만, 새로운 경제 하방 리스크로 국제 금융시장의 전개를 꼽았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유로대비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엔화가치가 크게 뛰면서 달러화대비로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고,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가라시 후미히코 일본 재무차관은 지난 19일 외신 인터뷰에서 "현재 엔화 강세가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한 수준"이라며 "당국이 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가이에다 경제산업상도 21일 "엔화의 빠른 상승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도하다면 외환시장 개입과 통화완화정책 등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