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삼성, 현대차 등의 대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에 이어 새누리당도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탓이다.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기존 순환출자를 통해 형성된 가공의결권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즉, 순환출자를 통해 그동안 지분율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했던 그룹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해 후계구도 안착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지주회사-순환출자 법안 발의 즈음하여‘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 현대차의 지배구조의 변화는 순환출자 해소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지배구조 변화과정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삼성물산(000830)과
삼성전자(005930)가 나눠서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우 몇 단계의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향후 3~4년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등의 상장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이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달 삼성그룹의 핵심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과 삼성에버랜드 지분 등을 매각하면 핵심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배구조의 관건은 순환출자 해소 뿐 아니라 정의선 부회장 등이 그룹 지배의 근간인
현대모비스(012330) 등에 대한 지배구조 강화와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중요하다. 현대모비스→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라는 전형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처분해야 한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를 수단으로 사용하느냐, 주체로 이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연구원은 빠른 행보를 보이기 위해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확보한 현금이나 지분 스왑 등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경우 현대모비스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CGCG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9%)이 4조5000억원에 달해 적당한 매수 주체를 찾기 힘들다”며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출자구도를 전면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순환출자가 금지될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채이배 CGCG 연구위원은 “삼성, 현대차 등 대그룹들이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현행 지주회사 체제로는 기존의 폐해를 막기 어렵다”며 “순환출자 금지 등과 함께 지주회사법 규정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지주회사법은 부채비율 200%미만, 사업연관성 없는 자회사 보유 허용 등 2000년 도입 당시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순환출자를 해결한 순지주회사와 상위지배기업을 보유한 자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준섭 연구원은 “순환출자 해소과정에서 상위 지배기업(오너일가 보유기업)을 보유한 자회사는 보유한 지배기업 지분을 지배기업이나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해 필연적인 매각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의 지난 6월 분석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괄호안은 지배회사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삼성물산, 삼성카드, 삼성전기), 현대차(현대모비스), 롯데쇼핑(롯데칠성, 롯데제과),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이 환상형 출자형태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