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표호조 외면한 美 연준..`샤워실의 바보` 경계
1월 FOMC성명서 변화 미미..경기 톤만 살짝 높여
주택 부진·금리상승 우려..`섣부른 긴축` 악영향 감안한듯
등록 2011-01-27 오전 8:46:16
수정 2011-01-27 오전 8:46:16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놓은 성명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3명이 교체된) 위원 리스트다. 성명서 내용은 (컴퓨터의) `복사/붙여넣기`로 작성한 듯하다."
한 미국내 투자은행은 27일 FOMC 정책결정 결과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한 마디로, 12월과 비교해서 바뀐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 "경기 톤 살짝 높였지만 지표호조 덜 반영"
성명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진단에 대한 톤이 살짝높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12월 주요 경제지표 호조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미미한 변화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FOMC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하고 "예외적으로 낮은 연방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그대로 고수했다. 경기진단 부분에서는 12월에 했던 "실업률을 끌어내리기에는 경기 회복이 불충분하다"라는 멘트가 "노동시장 여건을 본격적으로 개선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로 바뀌었다.
소비지출에 대해서도 "작년말 반등이 나타났다"고 했지만,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인플레가 바닥을 찍을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기대인플레는 여전히 안정적이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하향추세를 보였다"고 했다.
김효진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과 설비투자, 소비와 원자재 가격에 대한 언급만 약간 톤이 조정됐을 뿐 지난 12월 중순 FOMC 이후 나타난 지표 개선은 문구 조정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샤워실 바보` 회피..주택·금리도 걱정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뜨거운 찬반 논란속에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 연준이 자신들의 정책효과를 부각시킬 수 있는 지표 호조를 왜 외면했는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샤워실의 바보`(Fool in shower)와 같은 오류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유명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꼬집은 `샤워실에서 갑자기 물을 틀면 너무 찬 물이 나오는데 이를 못 참고 더운 물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려버렸다가 뜨거운 물이 나오면 놀라서 찬물로 돌려버리는 바보`처럼 섣부른 정책 변화로 살아나려는 경기를 꺾어버리지 않으려는 연준의 의도로 읽힌다.
앞서도 연준은 지난해 섣불리 `말로만 긴축`을 떠벌리면서 무르익지 않은 경기 회복세를 식어 버리게 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두 가지 정책목표(double mandates)로 삼고 있는 고용과 인플레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우려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고용관련 지표는 물론이고 이에 영향을 주는 주택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 더구나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향후 주택시장은 물론이고 미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이달 FOMC 성명서에서 누락된 12월의 "매달 750만달러 정도의 속도로 국채를 살 것"이라는 표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연준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월에는 국채매입 프로그램이 800만달러 집행되면서 평균치보다 속도가 빨라졌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매입 속도를 더디게 하는 등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