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에 벌어진 담합에 대해 왜 뒤늦게 과징금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16개 생명보험회사들이 공시이율을 담합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며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격 담합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이뤄졌다고 밝혔다. 5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서야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린 셈이다.
지난달 31일 공정위가 1940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가격 및 공급량 담합 사안도 2001년 9월부터 2006년 12월에 발생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판 첫 역지불 합의 담합 건으로 관심을 끈 GSK-동아제약 담합도 1999년과 2000년에 발생한 사안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김동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속도감 있게 담합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내용들은 공정거래법상 처분 가능기한 5년이 임박한 것들이다. 조사를 시작한 지 꽤 지난 `묵은 사건`이다 보니, 공정위가 과거 일만 들춰내 기업을 압박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법적시효를 둘러싼 법정 공방마저 불거졌다. LCD가격담합과 관련해 LG 디스플레이가 법정 시효가 지났다며 소송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공정위도 담합조사 결과가 늦게 나오는 것에 나름 해명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조사의 어려움이 첫째 이유다. 공정위는 "생보사 담합만 해도 간사 회사가 개별 회사에 통보하는 등 점조직처럼 담합이 이뤄졌고, 담합방식도 고차원"이라며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데 2년가량이 걸렸고, 관계자 임원 등을 모두 인터뷰 하는 데만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당 기업들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불복, 상당수가 법에 호소하는 상황. 공정위 입장에선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완벽한 증거와 논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도 시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특히 해외 기업이 포함된 국제 카르텔은 현지 조사와 방대한 자료 수집까지 더해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의 하소연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사만 들춰낸다는 업계의 불만도 있지만, 속도감 있는 조사 못지않게 담합의 증거 확보도 공정위 조사의 핵심"이라며 "공정한 일처리를 위해 시간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