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물 들어올 때 노젓자.... 국민연금, 해외투자·위험자산비중 늘려
등록 2017-05-26 오전 7:55:35
수정 2017-05-26 오전 7:55:35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민연금기금 중기(2018~2022) 자산 배분안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외 주식의 비중을 늘려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고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 경제가 고속성장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경제 활동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5%로 지난 4월에 소폭 상향조정했다. 글로벌 경제가 올해 이러한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5년 만에 최대치가 되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대로 가면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정보가 애초 추계한 2026년에서 2051년으로 9연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유입되는 돈에 비해 나가는 연금이 많아지고,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다. 이를 통해 목표 수익률(5.1%)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재산배분안의 핵심은 해외 투자 비중 확대다. 해외 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15.3%에서 2022년 45%로 대폭 늘어난다. 해외 투자처는 경기 호황기에 접어든 미국과 유럽 시장에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롭게 따오르는 베트남 시장도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의 비중도 지난해 말 18.4%에서 2022년말 20%로 확대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1인 가구주 등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단연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연기금(국부펀드)들도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는 운용자산의 최대 60%까지로 돼 있는 주식 투자비중을 70%까지 확대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는 7조5300억크로네(약 1033조원)의 기금을 운용 중이다. 네덜란드 국부펀드 역시 해외 투자 비중을 76%까지 늘릴 정도로 과감한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비중이 축소되는 부문은 채권이다. 국내 채권의 비중이 50.7%(2016년말)에서 40%(2022년말)로 대폭 축소된다. 이는 국내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채권 비중은 4.2%(2016년말)에서 5%로 소폭 늘리기로 했다. 해외 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Treasury bill)의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인력을 확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총 45명의 운용역을 충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그만둔 30여명을 보충하고 15명을 추가로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인력 이탈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30명의 운용역을 추가로 선발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이번 전략을 시의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세계은행에 따르면 G20국가의 전체 주식시장 크기는 지난해 7월 기준 53조 1630억달러(약 5경9299조원)를 기록했고, 이중 약 미국 주식시장의 3배 이상,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50배 이상의 규모”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에 대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채권 등 안전자산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판단은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만 국내보다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만큼 단기 집중(액티브)보다 장기포트폴리오(패시브) 투자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