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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계약 당일 탄생한 별도합의서…홍원식 남양 회장의 5월 27일

[위클리M&A]증인신문서 드러난 계약일 상황
논란 됐던 별도합의서, 계약일 직전 작성
달라지지 않은 판세…다음 달 실무자 출석

등록 2022-06-25 오전 11:40:00

수정 2022-06-25 오전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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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지난해 5월 27일 홍 회장 등의 지분 53.08%를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에 합의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7월 30일, 거래종결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에 홍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남양유업 M&A ‘노쇼’ 사태의 시작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정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홍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사장의 계약 당사자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4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는 SPA 계약 당일, 본 계약서와는 다른 별도의 합의서가 등장한 정황이 비교적 상세히 드러났다.

별도합의서,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날 두 사람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홍 회장은 계약 당일 오전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에게 한 사장의 연락처를 문의했다. 함 사장은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5월 4일 직후부터 홍 회장과 한 사장을 연결한 인물이다. 홍 회장과는 2013년경 골프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 한 사장과는 예일대 선후배 관계다.

홍 회장의 통화 목적은 두 가지.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고문 위촉에 합의했는데 이 고문 위촉 기간을 보장하고, 자신에게 명예회장 직함을 달라는 것. 한 사장은 증인신문에서 “고문기간 보장은 수락했지만, 명예회장 직함을 달라는 요구는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이 고문 위촉과 자식들의 지위를 확인하는 확인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구가 일부 거절당하자 홍 회장은 전화가 끝난 뒤 매각 실무를 담당하던 남양유업 김모 팀장에게 자신의 예우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별도합의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한다. 홍 회장은 자신의 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박모 변호사에게 별도합의서에 날인을 받아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홍 회장은 “박 변호사가 SPA 외에 별도는 안 된다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계약 체결을 못하겠다고 했더니 (한앤코 측에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해 일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후 홍 회장은 한앤코로부터 별도의 서류를 받았으나 예우 관련 내용이 충분히 들어 있지 않다고 판단해 서명하지 않았다. 홍 회장 측 별도합의서와 한앤코 측 서류 모두 날인이 완료되지 않은 미완성으로 남은 것이다. 소송에서 홍 회장 측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는 “박 변호사가 세부 내용을 조율할 수 있다는 답변으로 홍 회장을 안심시키고 SPA 계약에 우선 날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한앤컴퍼니 홈페이지)
홍원식 “회사 다시 찾아와야겠다 생각”

홍 회장 측이 작성한 별도합의서의 존재는 지난 7일, 함 사장의 증인신문 직전 처음으로 공개됐다. 여기엔 ‘홍 회장은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재매각할 때까지 고문 계약을 통해 사무실 사용과 차량, 기사, 복지를 제공하며 추후 남양유업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함 사장은 별도합의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한 사장 역시 21일 “본 적도 없고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1년 만에 ‘깜짝 등장’한 별도합의서가 재판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계약의 핵심 당사자 3명 가운데 2명이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증언한 데다가 기본적으로 서명조차 되지 않은 문서여서 지금까지의 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M&A 계약에서 SPA 외에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다거나 하는 등의 필요한 내용을 담아 주주 간 계약(SHA)을 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도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의 합의를 증명하는 서명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홍 회장 역시 별도합의서와 관련해 다소 소극적인 발언을 내놨다. 별도합의서에서 쟁점이 된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에 대해 홍 회장은 “언젠가 회사를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김모 팀장에게 작성을 지시했는데 김 팀장이 (내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 조항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진=백미당 홈페이지)
백미당 분사, 정말 합의했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인 ‘백미당 분사’에 양측의 합의가 있었는지다. 이와 관련해서는 SPA 외에 양측이 합의한 별도의 문서인 ‘고문위촉제안서’에 일부 단서가 숨겨져 있다. 양측은 매각 후에도 홍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의 고문위촉제안서에 합의했다.

한앤코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백미당 분사와 예우라는 두 가지를 전제로 요구했다고 하는데 둘 중 하나만 서면으로 작성했다”며 “가족 예우에 관한 것만 받고 백미당에 대해서는 받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홍 회장의 주장대로 백미당 분사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면 예우 내용을 담은 고문위촉제안서만 있고 백미당 분사와 관련한 별도의 서류가 없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홍 회장은 “함 사장이 나에게 조건(백미당 분사와 예우)이 다 됐다고 통보했으니 만난 것”이라며 “(백미당 분사 합의가 없었다면) 한 사장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별도합의서 논란에도 판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홍 회장 측과 한앤코는 다음 달 5일 다시 법정에서 만날 예정이다. 홍 회장의 지시로 별도합의서를 작성했던 실무담당자 남양유업 김모 팀장과 한앤코 측 실무담당자인 배민규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조해영 기자

hy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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