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만기40년 할인식 사모BW 발행 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다른 대주주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주식연계채권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며 현대산업개발, 효성, 동양메이저 등 대주주 일가들의 워런트 무상소각이 잇따랐던 2003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만기 40년 사모BW 중 대표적 `비분리형`
웅진홀딩스(016880)(당시 웅진출판)는 1999년 4월 25회차 할인식 사모BW 120억원을 발행했다. 1999년 대기업 상장사들에 유행했던 만기40년 할인식 사모BW 가운데 대표적인 ‘비분리형’이다.
만기가 2039년 4월인 웅진홀딩스 25회차 BW는 권면총액 120억원에도 불구하고 발행금액은 10분의 1인 12억원 이었다. 액면금액을 사채의 이율(연 5.925%)에 의한 복리로 만기까지 40년을 할인해 현가로 발행함으로써 이자지급에 갈음했다.
사채에 조기상환선택권(풋옵션·Put Option)이 붙어있었던 것도 특징이다. BW발행 후 5년이 되는 날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다만 조기상환액은 할인식 BW였던 만큼 사채액면가액 1억원당 1340만원이었다. 사채는 풋옵션 행사 가능일(2004년 4월2일)에 맞춰 전액 조기상환 소각됐다.
웅진홀딩스 25회차 BW 역시 대주주의 지분확대 수단으로서의 활용가치가 높았다. 중앙종합금융을 인수인으로 해발행한 이 BW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72억원, 부인 김향숙씨 36억원 등 총 108억원이 대주주 일가로 흘러들어갔다. 윤석금 회장의 웅진홀딩스 `5% 보고서`를 확인해 보면 발행 후 5개월 정도 밖에 안된 1999년 9월17일 이전의일이다.
발행 당시 행사가격은 2만7500원. 하지만 1999년 11월 유상증자(2만4755원), 이듬해 4월 액면분할(5000원→500원)을 거쳐 2475원으로 조정됐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신주 290만9090주, 김향숙씨가 145만4545주를 인수할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는 의미다. 반면 2003년 12월2일 워런트 행사 때 윤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여타 만기40년 할인식 사모BW 발행사의 오너들과는 사뭇 다르다.
윤 회장 워런트 웅진홀딩스 143만3930주로 전환
윤 회장은 워런트 중 35억원 어치를 포기했다. 51.6%인 37억원에 대해서만 행사했다. 이를 통해 웅진홀딩스 150만주만을 인수했다. 부인 김향숙씨는 전액 포기했다. 이는 2003년의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조달 지원이란 해외증권 발행 규제 완화 취지가 오히려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적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자 해외CB·BW를 발행한 25개 발행회사 및 16개사에 대해 2000년 2월~2003년 2월에 걸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 제재했다. 2002년 4월에는 전환·행사가액을 발행당시 가격의 70% 미만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등 제도 또한 개선했다.
하지만 제도개선 이전에 발행된 해외증권의 적법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2003년 6월부터 7개월에 걸쳐 제도개선 이전 해외증권 발행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심사를 벌였다. 시민단체들의 대주주 특혜성 의혹제기도 잇따랐던 게 이 때다. 해외CB·BW발행을 가장한 국내모집인지 여부와 최대주주 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배권 확장 등의 목적으로 워런트의 상당부분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등이 중점 심사 대상이었다.
때맞춰
현대산업(012630)개발·
효성(004800)·
동양메이저(001520) 대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무상소각했다. 다분히 2003년 12월24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사결과 조치를 의식했다. 이에 따라 기획검사에서 이들 3개사는 최대주주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배권 확장 목적 등으로 워런트 대부분을 취득한 사실이 적발됐으나, 자진소각을 정상참작해 별도 조치없이 발행사의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 등 증권거래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만을 부과했다.
심사대상 126개 발행사 중 현대산업개발 등 21개사에 대해 총 39억원을 부과했다. 또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5개 대표주관 증권사에 대해서도 9억원 가량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내렸다.
윤석금 회장 부부의 워런트 65% 권리행사 포기는 비록 당시 검사 대상 해외 주식연계사채와 무관한 국내 BW 였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윤석금 회장이 당시 행사한 워런트를 이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2007년 5월 기업분할(웅진씽크빅→웅진홀딩스·
웅진씽크빅(095720)), 10월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를 반영해 환산한 웅진홀딩스 주식은 143만3930주다. 윤석금 회장의 웅진홀딩스 보유주식 4455만주(지분율 74%)의 3.2%, 전체 발행주식(6020만주)의 2.4% 수준이다. 평가차익은 91억원(10월22일 종가 기준)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