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벤처캐피털(VC) 투자 자금이 창업 초기 기업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던 VC들이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VC에 돈을 맡기는 주요 기관출자자(LP)들이 초기 기업 투자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회사 위주로 투자하던 VC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벤처기업에 대해 모험 투자를 늘리면서 벤처생태계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국내 VC들이 신규 투자한 9488억원 중 초기(창업 3년 이하)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3457억원이었다. 중기(7년 미만)기업은 2889억원, 후기(7년 이상)기업은 2845억원을 각각 차지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자금의 39.6%가 초기기업 투자에 쓰인 셈이다.
상반기 초기기업 투자금 비중이 중기와 후기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4년 연속 20%대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창업 7년 이상인 후기기업 투자금 비중은 급감했다. 2014년 상반기 52.3% 지난해 상반기 43.3%였던 후기기업 투자 비중은 29.9%로 줄었다.
VC들이 올 들어 초기기업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지난해 투자성공으로 유입된 자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VC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VC가 회수한 돈은 총 2조3633억원이다. 이중 회수원금(투자금)은 1조2044억원이고 이익은 1조1589억원이다. 회수원금 9712억원에 이익 5017억원으로 총 회수액이 1조4729억원이었던 2014년을 크게 웃돈다. 수익률로 따지면 2014년 51.7%에서 지난해 96.2%까지 올라간 셈이다.
한 VC 투자심사역은 “후기기업 투자의 경우 수익이 적지만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그동안 많은 VC들이 투자해왔다”며 “초기기업 투자가 증가하는건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낸 VC들이 투자 패턴을 공격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지난해 코스닥 신규상장기업 다섯 곳 중 네곳이 VC투자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회수시장 활성화가 VC들의 투자 성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주요 VC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벤처기업이나 VC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초기투자펀드 결성을 늘리는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VC에 출자하는 기관은 대부분 정책기관이다보니 초기투자에 대한 정책수요를 고려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초기기업 투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초기 VC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별도로 마련해주는 것도 초기기업 투자 확대의 또다른 요인이다.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리그제를 도입해 업력이나 조합규모에 따라 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선정하는 ‘루키리그’와 국민연금의 ‘예비운용사’ 제도는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을 별도로 분류해 운용사를 선정한다. 작은 운용사의 경우 투자규모가 적다보니 주로 초기기업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