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머징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미국 경제는 아직도 인플레를 인위적으로 유발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9일 버냉키 연준 의장은 미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우리는 문제 없다"고 일축했다. "국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은 매우, 매우 낮다"고도 했다.
헤드라인 지수로 나타난 인플레 수위는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다. 그러나 시장 한 켠에서는 분명 인플레 발생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오늘(17일) 밤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s Index)는 어느 쪽일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리트머스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87개 도시지역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식음료와 주택, 의류, 운송, 의료, 레크리에이션, 교육 및 통신, 기타 상품 및 서비스 등 8가지 소비항목을 집계해서 산출된다. 각 항목별 가격지수와 이를 망라한 종합가격지수가 발표되며 특별지수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코어 CPI)도 함께 산출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CPI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주의해야할 대목은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주택가격의 반영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이 떨어져도 기타 다른 물가가 상승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택가격 반영도가 30% 이상으로 아주 높아 주택가격 하락이 물가지수를 하락시킨다는 명목하에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일단 소비자물가 자체만 놓고 보면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나 장기간 저금리기조 유지라는 정책이 유효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통상 연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이상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2009년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고 작년 한 해도 1%대 초반에서 맴돌았다.
다만 지난 12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로 1.5%나 됐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1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1.5% 상승, 월가 예상치인 0.8%를 두 배 가까이 상회했다. 간밤에 나온 1월 계절조정 도매물가도 0.8% 상승해 7개월째 올랐다. 근원 생산자물가는 0.5% 올라 지난 200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전월대비 0.3%로 추정된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6%가 예상된다. 12월에 0.5% 상승했던 걸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0.1~0.2%에 그쳤던 걸 감안하면 인플레가 다소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어인플레를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코어인플레는 0.14% 상승하고 전년동월대비로는 0.9%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11월과 12월보다 오름세가 커졌고 지난 8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수준일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최근 몇개월간 계속 오르면서 이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코어인플레 상승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최근 3개월간 35%나 치솟았고 12월에는 전월대비로 4.6%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월에 2.9%로 다소 둔화됐을 것이다. 과일 가격도 최근 플로리다 주변지역의 냉해로 인해 뛰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세계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구조적 실업 등이 추가적인 인플레 하락을 막아낼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한편 오늘 밤에는
2월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Initial Jobless Claims)도 발표된다. 지난주 38만3000건으로 줄어들었던 청구건수는 40만건으로 다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잇따른 홀리데이 시즌과 겨울철 악천후 등 일시적 변동성 요인을 감안하면 추세적으로는 여전히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1월 경기선행지수(Leading Indicators)도 지켜봐야할 지표로, 전월대비 0.3% 상승이 예상돼 전월의 1%보다 낮아질 것이다. 건축허가 건수가 빠르게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12월의 큰 폭 상승 분위기를 뒤엎을 것 같다. 제조업 평균 조업일수 감소와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이동평균선의 최근 반등도 악재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2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Philadelphia Fed Survey)가 발표된다. 작년 12월에 20.8이었던 지수가 올 1월 들어 19.3으로 낮아졌지만, 이번에 21로 반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