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인테리어 유통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매장부지를 확보하는 등 한국 진출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한샘은 국내에서 홈인테리어 분야에서 부동의 1위지만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규모나 역량 면에서 격차가 크다.”
최양하(63)
한샘(009240) 회장이 올 3월 주주와 고객들에게 띄운 메시지 내용이다. 세계적 가구유통업체 이케아(IKEA)에 대한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한샘을 이끈지 어느덧 19년. ‘은둔형 오너’ 조창걸(73) 한샘 명예회장의 후계자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케아’와 ‘포스트(Post) 최양하’. 이는 곧 한샘의 고민이다.
내수 고성장 명암한샘은 올해 창립 42돌을 맞았다. 서울대 동문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김영철(73) 전 퍼시스 명예회장이 의기투합해 지난 1970년 탄생한 한샘은 오는 2015년 매출 1조원을 넘보는 국내 1위의 종합가구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샘이펙스, 한샘도무스, 넥서스상사 등 국내 6개사, 해외현지법인 3곳 등 계열사도 9개사나 된다.
1970년대 불어닥친 아파트 개발붐과 IMF 외환위기가 도약의 발판이 됐다. 한샘은 부엌가구 부문에서 메이커시장 내 마켓셰어(M/S)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 1997년초 후발주자로 뛰어든 일반가구 부문도 2002년 일찌감치 M/S 1위 자리를 굳혔다. 최근 들어서는 마루와 욕실처럼 KCC나 LG하우스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건자재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 한샘이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개점한 ‘한샘 플래그샵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5층, 지상 8층, 연면적 2만3600m²로 인테리어 매장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가구뿐 아니라 조명, 소품에 이르는 모든 인테리어 아이템이 침실, 거실, 자녀방, 부엌 등 주택을 구성하는 기본 공간별로 전시돼 있다. (한샘=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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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은 지난해 매출 6769억원, 올 상반기에는 3593억원을 달성했다. 내수시장을 통해서만 98%의 매출이 이뤄졌다. 국내 시장에서 한샘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수 중심의 매출구조는 역설적으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이는 이케아의 등장으로 현실화 될 조짐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36조원의 매출을 올린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유통업체다. 지난해 12월 한국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 오는 2014년초 경기도 광명시 KTX광명역 인근에 1호점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대물림 ‘정중정’한샘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다. 지분 23.4%를 소유하고 있다. 일가를 포함하면 30.4%에 이른다.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사진이나 동정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이른바 ‘은둔형 오너’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 최양하 회장이 맡아 하고 있다. 지난 1979년에 입사, 1994년 이후 19년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다.
하지만 주요 경영의사결정에 관한 한 조 명예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대표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로 지난 2009년 퍼시스 주도로 만들어진 가구협회에 아직도 한샘이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조 명예회장의 뜻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퍼시스가 암묵적인 신사협정을 깨고 부엌가구 시장에 진출한 데 대해 상당한 앙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 명예회장은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트 최양하 회장’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샘 관계자도 “최 회장이 장기간 경영을 총괄하면서 후계를 만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이 머지 않아 후계자를 낙점할 개연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샘은 그간 별다른 경쟁자가 없었던 국내 시장에서 이케아와의 일전(一戰)을 앞두고 있다. ‘부동의 1위 수성’은 2기 전문경영인의 몫이 될지도 모른다. 한샘은 지금 시험대에 놓여있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임명규·민재용·하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