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은 채로 올해도 벌써 4분기를 맞이하면서, 재무사정이 나빠진 기업에 투자해 기업 소생을 돕는 기업재무안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선 재무안정PEF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자금 제공 역할을 하는 투자자(LP)가 리스크 높은 재무안정PEF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부실기업 쏟아질 것”…재무안정PEF 증가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침체한 가운데 기업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일부 업종은 언택트(비대면) 수혜를 봤지만 대다수 업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전산업 업황전망)는 올해 1월 74에서 지난 5월 50까지 추락한 뒤 이번 달에도 65로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업황이 부정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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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에선 각종 정부 지원책 등으로 버티던 부실기업들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에서 대출 만기연장을 해준 경우가 많은데 더 연장이 안 되는 구간에 진입하면서 부실화가 더 많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무안정PEF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재무안정PEF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인 지난 2010년 자본시장법에 특례조항을 통해 3년 한시로 도입됐다. 이후 한 차례 연장을 거친 뒤 2016년 일몰 예정이었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법 개정을 거쳐 상시화됐다.
올해 상반기 재무안정PEF의 덩치는 지난해 말보다 커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분기마다 공시하는 PEF 통합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재무안정PEF는 총 70개, 출자약정액은 총 6조9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63개, 6조5400억원보다 개수와 출자약정액 모두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의 필요에 따라 설립이 늘어났을 수도 있고 상반기 코로나19로 자금을 집행하지 못해 증가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스크 꺼리는 LP…우량기업 매각 활용 그칠 수도PE 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 가운데 재무 지원을 통해 살아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재무안정PEF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나빠졌다면 상황에 따라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전통 제조업처럼 일시적인 어려움이 발생하는 곳이 있다”며 “재무적인 서포팅을 통해 턴어라운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부실기업을 M&A하는 등 정상화하려면 펀드가 많이 필요하다”며 “운용사들이 더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PEF에 자금을 쏴줘야 하는 LP가 리스크가 높은 재무안정PEF 출자를 선호하지 않는 점이 재무안정PEF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안정PEF는 부실채권(NPL) 등에 의무적으로 50% 이상 투자하게 돼 있는 등 위험부담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현재 NPL 시장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같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LP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곳은 잘 하지 않는다”면서도 “재무안정PEF를 잘할 수 있는 GP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무안정PEF의 활성화가 실제 부실기업이 아닌 부실그룹 내 우량기업 M&A에 활용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인 모기업이 우량기업을 잘라서 파는 데에도 재무안정PEF가 활용된다”며 “부실기업 정상화가 쉬운 일은 아닌 만큼 그 정도 수준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