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물론 오래 준비한 운용사들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이번 추경이 편성되면서 뒤늦게 뛰어든 곳들입니다. 원래 모태펀드를 위해 준비해 왔던 운용사들 입장에서 억울하지만 옥석을 잘 가리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4일 이번주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26, 27일 이틀간 마지막 프리젠테이션(PT)를 준비하는 운용사들은 주말도 없이 총력을 기울였다. 1차 서류 심사 이후 2차 현장 점검이 실시됐고 이제는 마지막 선정 작업을 앞두고 있다.
“일단 받고 보자” 모태펀드 선정에 올인업계에서는 아직 최종 발표가 나지 않아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결과가 나오면 분명히 여러 잡음들이 예상된다는 분위기다. 기대하지 않았던 자금이 집행되면서 급조한 운용사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중 8000억원이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 배정되면서 이번 3차 정시 출자에 역대 최다인 122개의 벤처캐피털(VC)이 지원했다. 이들의 출자요청액은 3조1349억원에 달했다. 3차 정시 출자 사업은 청년창업펀드(3300억원), 4차산업혁명 중소기업진흥계정(2500억원), 재기지원펀드(2500억원) 등으로 나눠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모태펀드와 매칭펀드 선정에 돌입하면서 올 하반기 VC 약정액은 2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매년 한해동안 국내에 집행돼 온 VC 출자액으로 예년 대비 2배 이상이 올 한 해에만 쏟아진다.
업계에는 “일단 받고 보자는”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계획에 없더라도 일단 지원을 하는 게 맞다”며 “선정 탈락 시 비선정 운용사는 찬반 신세로 전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거의 모든 VC 운용사들이 모태펀드에 매달리는 바람에 투자 진척이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위기다.
벤처업계,마중물 역할 기대해 환영한방에 쏟아지는 자금 폭탄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돈을 받는 벤처업계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 등 대비 VC 투자금이 지나치게 적었다는 지적이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선진국의 VC 투자규모는 GDP의 약 2% 정도”라며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적어도 1년에 5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마중물 역할을 하는 충분한 자금 공급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다 큰 관점에서는 정책자금 투자와 민간자금의 벤처투자 확대라는 시각도 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글로벌 벤처투자의 규모나 동향을 감안할 때 모럴헤저드나 거품보다는 보다는 가능성 있는 벤처들의 성장 기회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쇠락하는 코스닥시장, M&A 등 회수전략에 한숨다만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한꺼번에 많은 돈이 쏟아진 이후 이를 회수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VC업계는 대기업 M&A 등은 아예 실현 가능한 회수방법에서 제외할 경우다. VC 업계 관계자는 “심사역이 투자 회수 방안에 M&A를 넣으면 바로 삭제해 버린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대안인 IPO(기업공개)도 최근 코스닥시장이 쇠락하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대부분 벤처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하는데 우량 코스닥 기업들이 대부분 코스피로 이동하면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금을 쏟아 붓는 만큼 투자 회수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며 “지금 같은 코스닥시장에선 적극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투자할 만한 우량 벤처기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들은 대부분 내수시장만 노리고 있어 시장 확장성이 크지 않다”며 “글로벌 자금 등을 유치하려면 벤처기업들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마인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