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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기업 농락입니다’…한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

수개월 실사…투자 철회 통보 '날벼락'
"소명이나 설명 기회조차 없었다" 분통
투자금 유치 타이밍 놓쳐 사업 접을 판
N사 측 "신중한 검토 끝 절차대로 진행"
업계도 "어쩔 수 없다" VS "과하다" 분분

등록 2021-08-19 오전 7:05:31

수정 2021-08-19 오전 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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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사업을 접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 대표 이 모씨의 목소리엔 한숨이 묻어났다. 그가 운영하는 I사는 저비용 항공사(LCC) 국제선 승객들을 대상으로 개인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국내 LCC에서 플랫폼 점유율이 65.7%에 이르는 과점 사업자다.

‘대기업 농락입니다’…한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개월 실사 끝에 투자 철회 통보 ‘날벼락’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자금 문제는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던 지난 6월 국내 통신사 계열 미디어판매회사(미디어렙)인 N사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 투자금액은 10억원.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토대로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한다면 펀딩(자금모집)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I사 전 임직원이 2개월간 N사가 요구한 실사 작업에 임했다. 이때 요구한 실사 자료는 78가지에 이른다. 이 대표는 “진행 과정에서 특별한 이슈는 없었으며 문제가 없다면 8월 중순이면 투자 유치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난히 흐르는 듯 싶던 자금 유치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주 N사 측이 돌연 투자 의사를 철회하면서 시작됐다. N사 측은 “투자 시 연결 재무제표상 손상 차손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연결 재무제표 작성 때 I사의 손실이 재무에 반영되면 상장사인 N사의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I사 측은 자본시장에서 수많은 투자 철회 사유를 들었지만 ‘손상 차손 우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주장한다. I사는 지난 2020년 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비상장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에서 투자 기업이나 벤처캐피탈(VC) 등은 투자 대상인 비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시 공정가치 대신 원가(투자금액)를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손익계산서상 손실과 무관하게 N사가 투자한 금액을 원가로 처리하면 되므로 재무제표상의 손상차손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I사 측에서 더 안타까워 하는 점은 어떤 소명도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투자 검토 시 문제가 파악되면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N사 측에 바로 연락을 달라 했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투자 철회 결정 이후 이런 부분에 대해 항의하자 ‘과도한 기대를 할까 봐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신중한 검토 끝 결정…“농락 아니다” 반박

투자를 철회한 N사 측은 투자하려는 기업들을 다수 검토하고 있으며 I사 역시 신중하게 검토하다 투자를 철회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I사 측이 주장하는 ‘소통 부재’나 ‘투자를 빙자한 농락’은 사실이 아니며 신중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N사 관계자는 “시장에 투자 니즈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검토 과정이 있었고 실사도 치밀하게 이뤄졌다”며 “(회사가 추구하는) 재무구조 안정성 측면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투자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가) 결론적으로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I사 포트폴리오가 항공업종이다 보니 코로나19와 연동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며 “(투자유치에 대한) 기대를 하셨을 수는 있지만 절차대로 실사를 마치고 논의 끝에 투자철회 통보를 했다”고 덧붙였다.

양측 설명이 상충하는 부분은 투자 제안을 어느 쪽이 먼저 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I사 측은 N사가 먼저 투자 제안을 요청해 실사에 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안 과정에서도 N사 측이 먼저 적극적인 모습을 어필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N사 측은 지난 6월 열린 사업 설명회에서 I사 포트폴리오(사업내용)와 투자유치 내용을 알게 됐고 이를 검토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I사는 투자 유치 기회를 놓쳐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상황이다. 사업을 접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이 대표 측 설명이다. 그는 “N사 투자유치를 가정하고 펀딩을 계획한 과실도 있다”면서도 “N사 투자가 엎어지면서 업계에서 우리 회사에 무슨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에는 서로 투자하겠다고 덤벼도 투자를 못 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 소액조차 투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본시장에서 어쩔 수 없는 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N사 측이 제시한 연결 재무제표상 손상 차손 우려가 이유라면 현재 수익을 못 내는 모든 스타트업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결국 투자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sk4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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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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