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불확실성에 돈도 안모여…"올해 프로젝트 펀드설정 제로"
CP·회사채 수요 부진에 LP 유동성 부족
카드·캐피탈·증권사·연기금..말라붙은 유동성에 '전전긍긍'
등록 2020-05-13 오전 12:09:00
수정 2020-05-13 오전 12:09:0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한 외국계 사모펀드(PEF)는 지난해부터 신규 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목표액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펀드 결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예상보다는 더딘 속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민간 출자자(LP)들이 출자 결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민간 자금을 받아야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PEF 등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도 자연스럽게 미뤄질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민간 출자자인 카드·캐피탈사(社)들이 코로나19가 확산된 최근 넉 달간 PEF나 벤처캐피탈(VC) 펀드에 출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드·캐피탈사의 경우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수요가 감소로 발행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CP나 회사채 발행 수요가 줄면서 캐피탈사의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이 때문에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두 달이면 됐던 것들인데 최근에는 계속 길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LP인 증권사의 경우도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납입)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이유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블라인드 펀드에 대해 투자확약을 해놓은 경우라면 운용사(GP)들의 캐피탈콜(출자요청)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project)펀드 설정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에 클로징(closing)한 곳을 제외하고 올해부터 펀드 조성을 진행한 곳 중에 설정한 프로젝트 펀드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VC 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 등 출자사업의 규모는 더욱 커졌는데 여기에 출자해줄 민간 LP들은 정해져 있다”며 “코로나19로 일부 금융계열사들이 위축된 부분이 있어서 올해는 펀드 설정에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간 투자의 또 다른 축인 연기금 등의 출자 계획도 미뤄진 상황이다. 통상 1분기 안에 출자 계획이 나오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연기금 등 민간 LP들의 출자 계획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런 언급들이 없어 불안한 분위기가 있다”며 “코로나19에 어두운 전망이 나오면서 출자 규모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펀드 결성 시점이 예년보다 조금씩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발생하다 보니 내부적으로 운용 전략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며 “시장 전망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이 마무리돼야 출자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