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안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벤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처 시장 성장 동력을 끊고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민간 투자 비중이 정책자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와 시장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오는 2023년 모태펀드 예산이 올해(5200억원)의 절반 수준인 2500억원 책정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조원에서 2021년 8000억 지난해 52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해온 가운데 더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부가 민간 주도형 모태펀드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야 한다는 기조를 내세우면서 예산감축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양상이다. 정책자금인 모태펀드는 지난 2005년 처음 결성된 이래 국내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해왔다. 존속기한을 30년으로 규정하면서 고위험 영역인 벤처투자에 정부 자금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으로 기능해왔다.
모태펀드 예산이 반토막 날 위기가 가시화되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업계 비명이 높아지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태펀드 예산 삭감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감축 비율을 일부 줄이더라도 올해보다 삭감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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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VC업계 심사역은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정책자금을 줄이는 것은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망가지라고 놔버리는 것”이라며 “지금도 펀드 결성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곳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이다. 상반기에 지표가 좋았더라도 시장 상황 악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 지원 생태계가 탄탄히 형성된 실리콘밸리 수준이 되려면 정부 자금 지원 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예산 감축을 이야기하며 어디서는 실리콘밸리가 다 민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거론하는데, 그건 실리콘밸리를 잘 모르는 것이다”라며 “실리콘밸리가 생겨날 무렵 미국 정부는 20년 이상의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래서 지금의 생태계를 일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에는 2000년대 초반에 약간 지원했다가 이후로 정부지원이 마른 수준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 규모가 커진 것일 뿐”이라며 “아직 민간으로 중심을 넘기기엔 이르다. 지금부터 정부 자금이 마르면 초기투자 유치 받으려는 기업들은 엑시트 불확실성 때문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이 정부 의존도가 심화하기 전에 모태펀드 영향을 축소할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 자금이 슬슬 정책 자금의 빈자리를 메울 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벤처투자는 4조6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4.3%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벤처펀드 결성도 176개 4조4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9% 급증했다. 상반기에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 출자 비율을 살펴보면 민간부문 민간 부문 출자가 1조5835억 증가한 3조6339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81.9%를 차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신규 출자금이 줄어드는 거지, 시장에 이미 풀어둔 자금까지 회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벤처투자 물꼬는 텄고, 시장에 큰 충격은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에 자금을 너무 많이 풀었다. 자체 자금 기반으로 투자하는 벤처에서는 정부 자금이 괜찮은 곳들을 휩쓸어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 자금이 너무 비대해지는걸 바라지 않는 곳도 있고, 그런 권고안도 계속 나오고 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