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사모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창업투자회사 인가를 취득해 벤처캐피털(VC)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운용사들은 있었지만 자회사로 VC를 설립한 곳은 많지 않았다. 투자 단계는 VC와 다르지만 사모펀드로도 충분히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은행에서 사모펀드 수탁을 거절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벤처투자 조합으로 일종의 펀드 결성 ‘우회로’를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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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거절에…창투사 인가 추진하는 운용사들1일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사모자산운용사들이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운용사들이 신기술금융사나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진도가 꽤 나간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헤지펀드로 유명한 곳과 비상장 투자로 유명한 곳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VC 설립에 나서는 이유는 벤처투자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함도 있다. 사모펀드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잘 내고 있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로 펀드 조성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은 라임사태 이후로 책임론이 불거지자, 연루 의혹을 받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수탁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다른 은행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라는 이름이 붙은 펀드는 모두 거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대상을 정해놓은 프로젝트 펀드의 경우에도 기존 트랙 레코드가 없으면 설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모태펀드 등 정부의 자금이 들어가고, 비교적 견조한 성적을 내는 벤처펀드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벤처펀드는 넓은 의미에서 사모펀드라고 할 수 있지만 라임사태 등처럼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어 은행에서 수탁 업무를 맡고 있다.
시장 우려도 존재…법·규정 준수가 핵심 시장 참여자들의 해석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모회사인 자산운용사로부터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VC 자회사를 통해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실질적으로 운용사가 개입하는 형태가 등장 할 수 있다”며 “이는 법에 어긋나는 것이고, 독립적인 심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상장 VC 임원은 “VC를 단순히 펀드 조성의 비히클 성격으로만 본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관련 법과 규정을 잘 지킨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운용사들이 창투사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투자 규제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금융투자업계의 자금이 벤처 스타트업에 유입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주주 간섭 우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해관계 상충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시장의 우려는 알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투자의무 비중을 지키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제보 등을 받으면 수시로 나가서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판이 중요한 벤처투자 시장 특성상 현실적으로 악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입맛대로 운용하게 된다고 하면 좋은 심사역은 그런 하우스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업계도 예전과 달리 많이 투명해져서 그렇게까지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