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박정수 기자] 금리 인상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한 보험사들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구제책 마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만 당국의 규제 완화 적정성을 두고 이견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보험사들의 모럴해저드 문제도 엮여 있어 당국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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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재무건전성 규제 완화 안건을 검토 중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RBC 비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부실위기에 가까이 간 보험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수석부원장 주재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수렴한 업계 안건을 정리, 금융위원회로 상신한 상태다.
보험업계가 당국에 건의한 안건은 크게 3가지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당국이 내리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해줄 것 또는 보험부채 적정성 평가제도(LAT)를 활용하는 방안, 채권 자본 계정 재분류를 허가할 것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안 중 적기시정조치 유예의 경우 RBC 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관련 개선 요구를 오는 2023년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이다. 현행 기준에서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한다. 반면 새로 도입될 K-ICS에서는 자산과 부채가 모두 시가로 평가된다. 최근 RBC 비율이 급락한 보험사도 새 제도 도입 이후에는 다시 RBC 비율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LAT는 보험 부채를 시가평가한 후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채권 계정 재분류의 경우 최근 3년 사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던 채권들을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변경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저금리 시기에 평가이익 최대화를 위해 만기보유증권을 대거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놓은 곳들이 적지 않아서다. 회계법상 금융사가 계정을 옮길 수는 있으나, 재분류하기 위해서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당국은 건의안 중 채권 계정 재분류 건의안의 경우 검토안에서 일체 배제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회계법 위반으로 분식회계에 해당되는 안건이어서다.
보험사 지원책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보험사가 부실관리로 리스크 대비에 실패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사실상 이런 사태가 올 것을 몰랐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평가이익을 최대치로 누려서 실적을 과대포장하고 그에 따른 성과급을 누리기 위한 내부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있다”며 “가파른 금리인상 가능성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리스크관리에 소홀한 책임은 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RBC 규제 설계가 선진국 대비 부족했다는 점을 거론한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자본규제연구센터장은 “제도 일관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도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는 RBC 규제 적용에 유예를 두는 사례가 있다”며 “해외는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제도가 개선된 반면 국내에서는 큰 경제 위기가 다 지난 후에 도입되면서 제도가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금리 하락기에 굉장히 이익을 누리기 위해 (자본 계정 변경을) 이용한 결과가 리스크로 돌아온 측면도 없지 않다. 이 부분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이해하고있다”며 “당국에서도 고민이 깊어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