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내로라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크고 지난해보다 출자 규모가 줄어든 탓에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하반기에도 포트폴리오 조정 없이 시장 상황을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관망하면서 긴 시각으로 투자전략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기금과 공제회 출자를 기다리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신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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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 규모 줄고 수익률도 마이너스 ‘첩첩산중’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국내 굴지의 기관투자가들 대부분 상반기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말 기준 약 919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지난 4월 금액가중수익률은 -3.79%였다. 마찬가지로 국내 주요 연기금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지난 5월 기준 시간가중수익률이 각각 -4.13%, -2.18%로 집계되면서 올 들어 월별 수익률이 좀처럼 마이너스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자산군에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에 대규모 출자사업을 여럿 진행하고, 올해 급여율을 인상하면서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자액이 늘어난 공제회들은 지난해보다 출자 규모와 여력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다.
올해만 보더라도 경찰공제회가 지난 5월부터 퇴직급여율을 3.58%에서 0.17%포인트 늘어난 3.75%로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달부터 퇴직급여율이 △교직원공제회 3.80% △행정공제회 3.85% △군인공제회 3.85% 등으로 상향조정됐다.
불확실한 시장 속 유동성 축소로 국내 큰손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출자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PEF마저 신규 펀드레이징 속도가 더딘 분위기다.
한 PEF 대표는 “최근 블라인드 펀드를 모두 소진하고 다른 딜을 발굴하고자 기관투자가와 접촉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시장 변동성이 큰 탓에 출자사업이 줄어들어 특히 중소형 PEF들이 펀드를 결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동성 큰 시장 지켜봐야…가격 조정 우려도”올 상반기 부진했던 연기금과 공제회가 실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시장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시장 변동성과 가격 조정 우려 등으로 포트폴리오 조정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이 보완재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했기 때문에 전통자산에서 전술적 자산배분이 매우 어렵다”며 “기관들이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신규로 투자할 수 있는 재원도 많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경우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한 템포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기존 자산운용전략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도 “회원들에게 줘야 하는 고정적인 이자가 있어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장기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해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일일이 반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제회 관계자도 “지금 그나마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가 안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이 약 두 달 정도로 길다”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받는 기업 자체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그때그때 흐름에 맞춰 바꾸기엔 인력과 시간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