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조해영 기자]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국내 증시로 돌릴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미국행을 고려하는 이유는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것인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다. 업계와 학계 안팎에서는 상장 문턱을 더 낮추거나, 차등의결권 도입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마음이 가장 급한 곳은 한국거래소다. 당장 미국 증시와 유망 기업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상장을 위해 시총 1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면 적자여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게 했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요건도 일부 완화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말 간담회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이 국내 상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미국 증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업들은 추가로 나타났다.
이에 거래소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대한 조치도 추가적으로 내놨다. 현재 기업들이 기술특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복수의 외부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 또는 ‘BBB’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은 1개의 기관으로부터 ‘A’ 이상의 평가를 받으면 기술특례를 인정받는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사전 평가 절차를 생략하고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학계와 연구기관 등의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심사 받으면 된다.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상황을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제일 중요한 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인데 단기간에 격차를 해소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긴 시간에 걸쳐서 꾸준하게 해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거래소 차원에서 노력이 쌓여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지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현재 이머징 마켓 지수에서 벗어나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는 것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60조원이상의 외국인 순매수가 예상돼 기업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개선이 된다는 설명이다.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 증시를 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2벤처붐’ 활성화를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벌 세습이나 경영주의 사익 추구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존속 기간 10년 △상장 3년 후 보통주 전환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만 발행 등 구체적인 요건을 개정안에 명시했다.
다만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계류된 상황이다. 향후 대기업도 요구해 재벌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확실한 차등의결권을 제공해야 한다”며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경영권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보장해주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