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5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223조원에 육박했다. 신한은행이 선두를 지킨 가운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불과 672억원 차이로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이 성장세를 이끌면서 은행들의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 |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자료=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 |
|
1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22조 9427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말(228조 1662억원)보다 5조 2235억원(2.3%) 감소한 규모다. 다만 지난해 말(208조 7259억원)과 비교하면 14조 2168억원(6.8%)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합산한 금액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57조 2252억원으로 가장 많은 퇴직연금 자금을 확보했다. 2분기 말(58조 8888억원)보다 1조 6636억원 줄었지만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2조 2226억원, 52조 1554억원으로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33조 243억원, 28조 315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5대 은행 모두 적립금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2분기 대비 적립금 감소액은 1조 6636억원으로 가장 컸고 KB국민은행은 1조 2587억원 줄었다. 이어 △하나은행 1조 107억원 △우리은행 1조 28억원 △NH농협은행 2877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2분기 말 3152억원이었던 두 은행의 적립금 격차는 3분기 말 672억원으로 축소됐다. 하나은행 감소액이 KB국민은행보다 2480억원 적었던 영향이다. 지난해 말 두 은행의 격차는 725억원으로, 2분기에 벌어졌던 격차가 다시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돌아왔다.
올해 누적 증가액에서는 하나은행이 근소하게 앞섰다. 하나은행의 적립금은 지난해 말보다 3조 7741억원(7.8%) 늘어 5대 은행 중 증가액이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은 3조 7688억원(7.8%) 증가해 하나은행보다 53억원 적었다. 이어 △신한은행 3조 3510억원(6.2%) △우리은행 1조 7268억원(5.5%) △NH농협은행 1조 5961억원(6.0%) 순으로 증가했다.
유형별 수치를 보면 올해 개인 퇴직연금의 성장세가 특히 무섭다. 5대 은행 모두 올해 들어 DB형 적립금은 줄어든 반면 DC형과 IRP 적립금은 늘었다. 특히 개인이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넣어 직접 운용하는 IRP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IRP 적립금은 지난해 말 72조 601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85조 5109억원으로 12조 9097억원(17.8%) 급증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IRP 적립금은 지난해 말보다 각각 3조 3000억원 넘게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3조원 이상 늘었다.
DB형은 기업이 금융회사를 선정하고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지는 반면 DC형과 IRP는 가입자가 직접 금융회사를 선택하고 운용 방법을 결정한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면서 은행들의 개인 고객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퇴직연금은 장기간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이 상품 경쟁력과 수익률 제고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증시 호황과 맞물려 자산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자산을 굴릴 수 있고 세제 혜택까지 큰 개인형 IRP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개인형 IRP는 고객의 장기 자산을 확보하는 핵심 채널”이라고 밝혔다.